2022. 4. 28. 19:14ㆍ의식주차 그리고 여행/차
2013년 쉐보레 트랙스가 소형 SUV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르노의 QM3가 경쟁에 불을 붙였으며 쌍용의 티볼리가 시장을 선점하면서 본격적인 소형 SUV 시대가 시작되었다.
소형 SUV는 비교적 작은 차체로 인한 운전의 즐거움과 주차의 편의성, SUV가 가지고 있는 높은 공간 효율성, 소형 세단보다 강력한 파워 트레인과 다양한 옵션 등의 장점으로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운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큰 차가 필요 없는 1인 가구까지 다양한 소비자 층을 두루 만족시키는 인기 있는 장르로 발전하였다.
소형 SUV 장르가 크게 인기를 끌자 잠잠하던 현대 / 기아 자동차도 코나와 셀토스를 출시하며 2세대 소형 SUV 전쟁이 시작되었다. 회사 사정이 어려운 쌍용을 제외한 쉐보레와 르노는 트레일 블레이저와 XM3를 출시하며 현대 / 기아 자동차의 코나와 셀토스를 견제하고 있다.
하지만 2세대 소형 SUV의 경우 차체가 커지고 상급 차량에 적용된 옵션들이 대거 적용되면서 차량 가격이 준중형 SUV와 맞먹는 가격으로 출시되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돈을 지불하고 소형차를 살바에 상급 차량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뜨거웠던 소형 SUV의 인기는 최근에 많이 식은 상황이다. 셀토스나 트레일 블레이저의 경우 풀옵션 가격이 3천만 원을 넘어버려서 이 가격에 소형차를 사야 되나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도 한다. (나는 원래 트레일 블레이저를 구입하려 했지만, 3천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지불하고 소형차를 타기 싫어서 더 뉴 말리부를 구입했다.)
하지만 2세대 소형 SUV 중에서 유일하게 가격 논란에서 자유로운 차량이 있다. 바로 르노의 XM3이다. XM3는 2세대 소형 SUV에서 가장 큰 크기를 가진 차량으로, 모든 옵션을 다 넣은 최상위 트림을 구입해도 차량 가격이 3천만 원을 넘지 않는다. 또한, 실속파 구매자들을 위해 SM3에서 사용되었던 1.6 GTe 자연흡기 엔진과 CVT 조합의 저렴한 트림도 운영하고 있어 구매자들의 취향과 용도에 맞게 트림 구성도 훌륭하게 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차량 가격이 경쟁 차종 대비 저렴하지만 옵션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가장 높은 트림인 TCe 260 인스파이어 트림을 기준으로 Full LED 램프, 1열 열선 / 통풍 시트, 2열 열선 시트, 2열 에어 밴트, T맵 내비게이션, 주행 보조 ADAS (어뎁티브 크루즈 RE 트림 기본), 10.25인치 TFT 계기판, 엠비언트 라이트 등 고급 옵션들도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그야말로 가성비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차량인 셈이다.
이번에 시승한 XM3는 2021년형 1.6 GTe LE Plus 트림에 시그니처 패키지 1까지 적용된 1.6 최상급 트림으로 렌터카에서는 보기 드문 풍부한 옵션이 적용된 차량이다. 지금부터 XM3의 반전 매력에 대해 알아보자.
1. 경쟁 모델 비교 (풀옵션 기준 / 2륜)
XM3 1.6 GTe의 스펙은 아래와 같다. 같은 2세대 SUV들과도 비교해봤으니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면 참고하도록 하자. 스펙 표는 가장 최신 가격표를 기준으로 작성하였다.
항목 | XM3 1.6 | XM3 1.35 | 트레일 블레이저 RS | 셀토스 시그니처 |
전장 | 4,570 | 4,570 | 4,425 | 4,375 |
전폭 | 1,820 | 1,820 | 1,810 | 1,800 |
전고 | 1,570 | 1,570 | 1,660 | 1,620 |
축간거리 (휠베이스) | 2,720 | 2,720 | 2,640 | 2,630 |
엔진 형식 | 1.6 자연흡기 VVT | 1.35 4기통 터보 | 1.35 3기통 E-터보 | 1.6 감마 T-GDI |
엔진 출력 | 123마력 / 15.8kg.m | 152마력 / 26kg.m | 156마력 / 24.1kg.m | 177마력 / 27kg.m |
변속기 형식 | CVT | 7단 DCT | CVT | 7단 DCT |
연비 | 13.6Km/L | 13.2Km/L | 12.6Km/L | 11.8Km/L |
저공해 혜택 | X | X | O | X |
유류비 (1년 2만Km) | 약 289만 원 | 약 298만 원 | 약 312만 원 | 약 361만 원 |
공차 중량 | 1,300Kg | 1,345Kg | 1,365Kg | 1,385Kg |
AWD 지원 | X | X | O (9단 변속기) | O (멀티링크 서스펜션) |
LED 헤드 램프 | O | O | O | O |
LED 전방 턴시그널 | O | O | O | O |
LED 리어 램프 | O | O | O | O |
오토 하이빔 | X | O | O | O |
전방 주차 센서 | O | O | X | O |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 X | X | AWD만 가능 | X |
1열 차음 유리 | O | O | O | X |
1열 자외선 차단 유리 | X | X | O | X |
2열 자외선 차단 유리 | X | X | O | X |
컬러 TFT 계기판 | 10.25인치 | 10.25인치 | 4.2인치 | 7인치 |
열선 스티어링 휠 | O | O | O | O |
레인 센서 | O | O | O | O |
패들 시프트 | O | O | X | O |
헤드업 디스플레이 | X | X | O | O |
주행 모드 | O | O | O | O |
오토 홀드 | X | O | X | O |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 O | O | O | O |
오토 에어컨 | 1존 | 1존 | 2존 | 1존 |
무선 충전 패드 | 22만원 추가 옵션 | 22만원 추가 옵션 | O | O |
앰비언트 라이트 | O | O | X | O |
천연 가죽 시트 | X | O | O | X |
1열 전동 시트 | 6방향 | 6방향 | 8방향 | 8방향 |
2열 전동 시트 | X | X | X | O |
1열 통풍 시트 | O | O | O | O |
1열 열선 시트 | O | O | O | O |
2열 열선 시트 | X | O | O | O |
2열 시트 각도 조절 | X | X | X | O |
전동식 트렁크 | X | X | O | X |
파노라마 썬루프 | X | X | O | X |
스피커 | 포칼 6스피커 옵션 | 포칼 6스피커 옵션 (BOSE 안보임 확인중) |
BOSE 7스피커 | BOSE 8스피커 |
멀티미디어 유닛 | 9.3인치 | 9.3인치 | 8인치 | 10.25인치 |
순정 네비게이션 | T-MAP | T-MAP | 텔레나브 | 카카오 AI 기반 |
무선 스마트폰 미러링 | X | X | O | X |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 X | 차간 거리만 가능 | 코너 대응 가능 | 코너 대응 가능 |
차선 이탈 경보 / 보조 | 중앙 유지 | 중앙 유지 | 이탈 보조 | 중앙 유지 |
고속도로 주행 보조 | X | O | X | O |
전방 추돌 방지 보조 | O | O | O | O |
사각지대 / 후측방 추돌 방지 보조 | 경보 | 경보 | 경보 | 보조 |
자동 주차 보조 | O | O | X | X |
오토 하이빔 | X | O | O | O |
후방 추돌 방지 보조 | 경보 | 경보 | 경보 | 경보 / 제동 |
360도 서라운드 뷰 | 추가 옵션 | O | X | X |
풀옵션 가격 | 2,637만 원 | 2,894만 원 | 3,114만 원 | 3,065만 원 |
너무 길어서 보기 어렵다면 붉은색으로 강조된 항목만 참고하자. 붉은색으로 표시된 구성은 경쟁 차종 대비 우위에 있는 구성이다. XM3 1.6 GTe의 경우 엔트리 트림임에도 불구하고 1열 전동 시트, 통풍 시트, 2열 열선 시트, 앰비언트 라이트, 다양한 ADAS 등 고급 편의 장비를 적용할 수 있으며, 풀옵션 가격도 2700만 원이 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단, 요즘 구매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옵션 중 하나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제원 / 옵션 표로 경쟁 차종들을 비교한 결과 가장 가성비가 좋은 모델은 XM3 TCe 260 1.35 터보 모델로 적당한 출력과 좋은 연비, 풍부한 편의 장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지원과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인 HTA까지 지원하는 최신 ADAS 기능 등 막강한 구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차량 가격이 2900만 원을 넘지 않는 것은 매우 칭찬할 만하다.
트레일 블레이저와 셀토스의 경우에는 XM3와 가격 차이가 200만 원 정도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구매하는데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모델이 구매 포인트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두 모델이 경쟁 차종과 비교 시 우위를 가지는 항목은 아래와 같다.
먼저, 트레일 블레이저에는 소형 SUV에서 유일하게 파노라마 선루프를 지원하며, 킥다운 전동 트렁크,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 애플 카플레이, 전좌석 자외선 차단 유리 지원 등 고급 차량에서만 볼 수 있는 화려한 옵션들을 제공한다. 또한, 경쟁 차종 중에서 유일하게 저공해 3종 인증을 받은 만큼, 통행료나 공영 주차장 할인 혜택이 있기 때문에 공공시설을 많이 사용한다면 트레일 블레이저가 적합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셀토스는 가장 강력한 출력을 가지고 있으며 교차로 충돌 보조와 후방 충돌 보조 등 경쟁 차종보다 우월한 ADAS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그리고 2열 각도 조절이 되기 때문에 2열 승객의 피로도가 경쟁 차종 대비 적은 편이다. 그리고 음... 으음... 솔직히 셀토스 살 거면 그냥 XM3를 살 것 같다.
아무튼 경쟁 모델 비교는 여기까지이며 지금부터 XM3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자.
2. 외관 디자인
XM3의 외관 디자인은 전통적인 SUV 스타일과는 사뭇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XM3는 CUV 차량으로 세단과 SUV의 중간 정도 되는 모델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XM3의 측면부 디자인을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갈 테니 순서대로 천천히 살펴보도록 하자.
XM3의 전면부 디자인은 SUV라기보다는 세단에 가까운 인상을 보여준다. 폭이 좁고 SUV 치고는 낮은 전고를 가지고 있어서 차가 바닥에 깔려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 XM3의 전고는 경쟁 SUV 차종 중에서 가장 낮은 1,570mm로 예전에 타던 아베오의 전고가 1,510mm이니까 소형 해치백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전면부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얇은 LED 헤드램프와 앞 범퍼까지 이어지는 LED DRL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르노 자동차에서 출시되는 최신 자동차에 적용되는 시그니처 디자인이다. SM6를 시작으로 QM6도 모두 동일한 디자인 패턴이 적용되고 있다. LED 헤드램프의 광량은 매우 좋은 수준으로 주 / 야간 할 것 없이 훌륭한 시야를 제공한다.
하단부에는 안개등이 자리 잡고 있다. 최신 차량들이 안개등을 제거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SUV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서 안개등을 추가한 것 같다. 최신 XM3에서는 해당 부분이 LED 면발광으로 변경되었다.
앞 범퍼 하단에는 레이더 패널이 위치하는데 실제로 동작을 하는 것인지 더미 부품인지는 잘 모르겠다. XM3 1.6 GTe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레이더를 사용해야 한다면 긴급 제동 보조에 사용될 것 같다. 특이하게도 다른 차량들과 달리 앞 범퍼의 흡입구의 크기가 큰 편인데, 절반은 막혀있다.
휠 하우스 앞부분에는 사각지대 경보와 360도 써라운드 경보 기능을 위한 초음파 센서가 상단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도 SUV라서 그런지 전고가 낮긴 해도 휠 하우스 주변 공간이 여유롭다. 18인치 휠이 적용되면 꽉 차서 이뻐 보일 것 같다.
사이드 미러는 작은 수준으로 시야가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아무리 후측방 경보와 사각지대 경보 장치가 들어가 있다고 해도 최종적으로는 운전자가 사이드 미러를 보고 차선을 변경할 텐데 최신 차량들은 사이드 미러 크기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 운전을 할 때마다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 펜더에는 공기 흡입구 같은 장식이 추가되었다. 실제로는 구멍이 뚫려있지 않아 장식용으로만 사용된다.
XM3의 외관 디자인에서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측면 디자인. 위에서 왜 세단과 SUV의 중간이라고 말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전고만 1cm 낮았더라면 사실상 SM3? SM4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디자인이다. 소형 SUV 치고는 길쭉한 4.5M의 길쭉한 전장이 키포인트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뒷바퀴 쪽이 앞이랑 비교 시 불균형하게 위로 올라가 있다는 것이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앞보다는 뒤의 휠 하우스 공간이 훨씬 많이 남는 것을 볼 수 있다. 차가 엉덩이를 치켜 세운 듯한 느낌인데 트렁크의 적재 무게를 감안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불균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뒷바퀴 쪽 휠 하우스 공간은 주먹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여유롭다. 트렁크 적재 무게 때문에 이렇게 개발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SUV보다도 유독 공간이 많이 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도어 하단부에는 SUV 답게 플라스틱 덮개로 덮여 있다. SUV의 경우 오프로드 주행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하단부가 긁힐 염려가 있는 부분은 값싼 플라스틱 덮개로 차체를 보호하도록 설계한다.
1열 도어에서 살펴본 XM3의 도어 덮개 부분. 하단부를 감싸듯이 되어 있어 오염 물질이 내부로 들어올 수 없도록 방어해준다. 사진에서도 덮개 하단부에만 오염 물질이 묻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후면부 디자인은 전면부와 동일하게 SUV라기보다는 세단에 가까운 느낌을 보여준다. 최신 차량들은 방향 지시등이나 후진 등을 범퍼 밑으로 달려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XM3는 가까운 위치에서도 파악하기 쉬운 상단에 위치해있다.
최신 차량들이 방향 지시등과 후진등을 아래로 배치하는 이유는 후면부 램프 디자인의 통일성을 위한 것인데, XM3는 상단에 램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깔끔하고 세련된 인상을 준다. 방향 지시등과 후진등은 벌브로 되어 있어 LED가 아닌 것이 아쉽긴 하지만 경쟁 모델은 물론이고 윗급인 중형 세단들도 아직은 벌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다.
트렁크 공간은 동급 SUV는 물론이고 중형 세단과 비교 시에도 경쟁력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트렁크 용량은 513L로 K5, 소나타, 말리부보다 더 큰 적재 공간을 가지고 있다. 쿠페 스타일이라 상단부 공간이 좁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단보다는 물건 넣기도 쉽고 적재 공간도 넉넉하다.
좌측 측면에는 작은 수납함을 따로 마련하여 세차 도구나 임시 수리킷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트렁크 하단에도 수납할 수 있도록 따로 공간을 마련해서 사용성이 매우 좋은 편이다. 세차 박스를 굳이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렁크를 닫을 때 사용하라고 손잡이도 따로 마련해놓았다. 요즘 차들은 이상하게 트렁크를 닫을 때 손잡이가 없어서 손이 더러워지곤 하는데 XM3는 사소한 부분에도 사용자들을 고려한 모습이 돋보인다.
주유구는 오른쪽 뒷 펜더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주유소에서 줄을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XM3의 외관 디자인은 만족스러웠다. 유려한 곡선 위주의 차체와 승용차이면서 SUV 인듯한 독특한 디자인까지 개인적으로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다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올라간 후면부가 디자인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디자인이 아닌가 싶었다.
3. 내장 디자인
이번에는 XM3의 내장 디자인에 대해 살펴보자. 시승차는 2021년형 1.6 GTe LE Plus 트림으로 2023년 최신 모델과 달리 전동 시트, 통풍 시트, 앰비언트 라이트 등 고급 옵션들은 구성에서 빠져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가장 먼저 도어 트림에 대해서 살펴보자. 실내 구성을 보면 XM3가 급이 높지 않은 소형차이고 왜 저렴한 가격대를 구성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트림이 낮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 도어 트림에서 인조 가죽을 사용한 곳이 거의 없다. 손잡이 부분에만 딱딱하고 질 낮은 인조 가죽이 쓰인 것 같은데, 인조 가죽인지 플라스틱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느낌이 좋지 않았다.
다행인 점은 K5 3세대의 도어 트림처럼 쓰지도 못할 것 같은 수납공간을 제공하진 않는다. 도어 트림의 수납공간은 충분히 커서 플라스틱 병이나 커피 컵 정도는 무난하게 들어간다.
운전석 윈도 스위치 패널을 보면 모든 좌석의 윈도가 오토 업 / 다운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타는 말리부도 1열만 오토 업 / 다운인데, 낮은 트림임에도 불구하고 전좌석 스위치를 오토 업 / 다운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2열 도어 역시 느낌이 좋진 않았다. 셀토스처럼 도어 프레임을 용접해서 붙인 방식이 아닌 원피스 도어 방식이긴 하지만 트레일 블레이저처럼 도어 프레임을 가리는 플라스틱 커버는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
2열 도어의 수납함도 무난한 수준으로 핸드폰이나 커피 컵 등 여러 물건을 수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공간을 제공한다.
자 이제 운전석에 앉아서 실내를 살펴보자. 1열 실내 레이아웃은 아래와 같다.
스티어링 휠은 찌그러진 듯한 타원 형태로 되어 있으며 림의 두께는 소형차 치고는 다소 두꺼운 수준이다. 버튼의 조작감은 딱딱하고 클릭음이 많이 나는 타입이며 오래 쓰면 버튼의 프린팅이 지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기판 조작 방법은 현대 / 기아 자동차와 동일한 시퀀스 타입으로 메뉴가 많지 않아 불편함이 크지는 않았지만, 밑에서 설명할 다른 이유 때문에 굉장히 불편했다.
CVT 변속기가 적용되어 있긴 하지만 패들 시프트로 수동 변속을 할 수 있다. 7단의 가상 기어를 만들어서 조작하는 방식으로 변속 속도가 빨라 조작하는 재미가 있다.
라이트 및 와이퍼 조작 스위치는 플라스틱 꼬챙이를 박아 놓은 쉐보레보다 좋은 수준으로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현대 / 기아 방식보다는 조작감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타입이다. 키보드로 비유하면 현대 / 기아는 부드러운 무접점 키보드, 르노는 조작감이 확실한 기계식 키보드, 쉐보레는 딱딱한 타자기라고 할 수 있겠다.
르노 자동차에는 다른 브랜드에는 없는 특이한 조작 스위치가 스티어링 휠 칼럼에 붙어 있는데 바로 멀티미디어 조작 버튼이다. 이 버튼으로 소스, 볼륨 UP / DOWN, 이전 곡 / 다음 곡을 제어한다.
그런데, 보통 볼륨 조작을 하면 돌아가는 휠 버튼으로 하지 않나? 왜 XM3는 다이얼 버튼이 이전 곡 / 다음 곡인 걸까... 흠 ;; 거기에 음소거 기능이 따로 없어서 볼륨 UP / DOWN 버튼을 동시에 길게 눌러야만 음소거가 동작한다는 것도 어색했다.
르노 차주들은 이러한 조작 방식이 적응하면 훨씬 편하다고 하긴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진짜 편한 인터페이스를 안 써본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작 방식의 편리함만 보면 쉐보레 방식이 가장 편하고 적응도 쉽다고 생각했다. 몰론 패들 시프트를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운전석 하단에는 차선 이탈 경보 / 보조 설정, 실내조명 밝기 설정, 헤드램프 조사각 설정 버튼이 위치하고 있다. 르노 자동차에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차체 자세 제어 장치를 끌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브랜드의 차량에는 이 위치에 VSM 또는 ESC OFF 버튼이 있지만, 르노 차량에서는 실내 어디를 찾아봐도 OFF 버튼을 찾을 수 없다. 르노 자동차는 몇몇 차종을 제외하고 ESC를 끌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계기판은 10.25인치 LCD가 적용되어 있는데 의외로 너무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타는 말리부의 경우 계기판 중앙에만 8인치 LCD가 적용되어 있지만 계기판 사이즈 자체는 큰 편이라 시인성은 좋은 편이다. 그런데 화면이 더 큰 XM3는 계기판 사이즈가 유독 작다고 느껴졌다. 왠지 계기판 커버 깊숙이 위치한 LCD 패널이 원인인 것 같다. 사이즈는 큰데 원근법 (?) 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계기판에는 시인성 보다도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 반응 속도가 느렸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메뉴를 바꾸는 시퀀스 버튼을 눌렀는데도 계기판이 반응이 없어서 "입력이 안됐나 보다" 하고 한번 더 눌렀더니 상단 메뉴가 2번씩 스르륵 움직이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나는 자동차 계기판이 랙을 먹어서 버벅거린다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대체 얼마나 안 좋은 CPU를 사용하고 있길래 계기판이 이렇게 버벅거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몰론, 옛날과 달리 자동차에 들어가는 장치의 그래픽이 화려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동차 계기판이 버벅거린다? 이거는 원가 절감을 위해 성능이 낮은 저렴한 CPU를 사용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이건 솔직히 르노가 좀 심했다고 볼 수 있다.
내 기억에는 SM6가 출시되었을 때 성능이 낮은 CPU 때문에 S-Link의 성능이 너무 허접해서 차주들이 다시는 르노차는 안 산다고 개 쌍욕을 했던 걸로 아는데... 그때 배운 게 없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CPU의 저질스러운 성능이 아니라면 그래픽 품질 자체는 괜찮은 편이고 계기판에서 T-MAP을 지도로 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아직도 쉐보레는 단순히 방향만 알려주는 나침판 수준 (심지어 텔레나브만 사용 가능해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기능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XM3의 계기판 그래픽은 훌륭한 수준이다.
이번에는 센터페시아를 살펴보자. 위에서 계기판이 버벅거리는 현상이 있다고 언급했는데, 센터페시아의 9.3 이지 커넥트 헤드 유닛도 마찬가지다. 일단 LCD 품질 자체는 색감도 좋고 밝은 곳에서도 내부 콘텐츠를 충분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반사 방지 처리가 잘 되어있다.
아니 근데... 조작 속도가... 뭐 아이패드 같이 빠르고 부드러운 정도를 바라는 건 아닌데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아래 GIF 이미지를 보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판단해보길 바란다.
자동차 회사들이 원가 절감을 원래 심하게 하긴 하지만 다른 브랜드의 헤드 유닛에서 저렇게 느린 반응 속도를 가진 모델들이 있나 생각해보면... 생각이 나지 않는다. 특히, 내가 타고 있는 더 뉴 말리부의 경우 헤드 유닛에 이쁨이라고는 전혀 없는 딱딱하고 투박한 디자인이긴 하지만 조작감과 성능만큼은 원탑이라고 생각하는데, 계기판부터 시작해서 헤드 유닛까지 이렇게 반응 속도가 느린 차는 르노차가 처음이다. 페이스 리프트나 다른 모델에서는 이러한 성능 문제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능 문제를 제외하면 일단 내부 콘텐츠는 쓸만하게 구성이 되어 있다. 가장 좋은 점은 순정 내비게이션이 T-MAP이라는 것이다. 길도 잘 찾아주고 인터페이스도 편리해서 쓰임새만큼은 현대 / 기아의 순정 내비게이션보다도 훨씬 쓸만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T-MAP의 장점 중 하나인 아리는 사용할 수 없다. XM3는 다른 자동차에는 탑재된 전용 음성 인식 시스템이 없으며, 스마트폰과 연결 시 스마트폰의 음성 비서로만 활용이 가능하다. 당연히 자체 음성 인식 시스템이 있을 줄 알았는데 XM3 1.6 GTe 모델에는 탑재되지 않았다.
XM3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키보드의 한/영 전환이 미쳤나 싶을 정도로 엄청 불편하게 되어 있었는데, 시승한 모델은 키보드 우측 하단에 다국어 변환 버튼이 따로 빠져서 쉽게 한/영 전환을 할 수 있었다. 그 영상 보고 얼마나 생각 없이 만들었는지 정말 궁금했는데 경험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
후방 카메라 화질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개판이다. 양 옆에 왜곡도 심하고 누렇게 뜨는 것도 모자라서 해상도 역시 떨어진다. 헤드 유닛의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높은데 카메라가 성능이 허접하니까 카메라 화면 영역을 절반으로 줄이고 위에는 360도 써라운드 센서 표시를 하도록 레이아웃을 구성해놨다. 현대 / 기아도 그렇고 제발 좀 후방 카메라 화질 좀 올려줬으면 좋겠다.
XM3의 기본 오디오 음질은 준수한 것을 넘어 좋은 수준이다. 프랑스 회사라 그런가 사운드 하나는 칭찬할만하다. 호불호가 갈리긴 하겠지만 저음이 벙벙 거리는 소리는 아니고 고음과 중고음이 살아나는 시원한 소리를 내준다. 개인적으로 친구 차인 올 뉴 말리부 1.5 터보의 기본 스피커와 XM3 기본 스피커는 수준 이상의 소리를 들려준다고 생각한다.
다만, 앰비언트 효과를 아래와 같이 돌려가면서 설정하는데 일단 운행 중에는 변경하기 매우 어렵고 위에서 말했듯이 조작감이 개판이라 슬라이드가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르노는 현대 / 기아를 좀 배워서 헤드 유닛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선을 좀 벤치마크 해서라도 바꿔줬으면 좋겠다.
헤드 유닛은 이제 그만 까고 그 아래에 있는 구성 요소들을 살펴보자. 헤드 유닛 아래에는 열선 시트, ISG OFF, ECO 모드, 비상등, 도어 잠금, 자동 주차 보조 버튼과 오토 공조기가 위치해있다. 만약, 통풍 시트가 적용된 모델이라면 역대급 거지 같은 조작 방식으로 영혼까지 털렸겠지만 시승 차량은 열선 시트만 적용된 모델이라 조작에 있어서는 나무랄 때가 없었다. 거지 같은 조작 방식이 궁금하다면 XM3 통풍 시트를 구글에 검색해보자.
공조기는 운전석과 조수석이 따로 온도를 조절할 수 없는 1존 타입이며 다이얼 내부에 독립적인 LCD 창을 둠으로써 조작하는 데 있어서는 아주 편리했다. 또한, 현대 / 기아 자동차의 오토 에어컨처럼 공기 청정 모드도 제공되기 때문에 공조기의 완성도는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단, 공조기 다이얼 사이에 앞 / 뒷유리 열선 ON / OFF, 에어컨 ON / OFF, 실내 공기 순환 ON / OFF 버튼이 자리 잡고 있는데 다이얼이 너무 커서 운행 시에는 조작하기 힘들었다.
공조기 조작 하단부에는 시거잭 1구, 3.5 AUX 단자, 통신용 USB A-Type 2 포트를 제공하여 확장성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최신 차량이라면 이제는 A-Type 보다는 C-Type 포트를 제공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어 레버는 높이가 낮고 슬림해서 조작감이 좋았다. 그런데, 현대 / 기아 자동차처럼 옆으로 빼서 수동 모드로 따로 조작하는 기능은 제공하지 않아서 좋은 조작감을 P R N D만 쓸 수 있다는 것은 아쉬웠다. 또한, 기어가 어디에 들어가 있는지를 표시해주지 않아서 계기판으로만 기어 모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단점으로 생각된다.
변속 레버 아래에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버튼과 스마트키 수납공간과 컵홀더가 자리 잡고 있다. 1.6 GTe 트림은 오토 홀드를 지원하지 않아서 파킹 브레이크 버튼 아래에 멍텅구리 버튼이 위치해있다.
컵홀더의 크기는 아래와 같이 커피 컵 정도는 당연히 들어가며 컵을 지탱해주는 지지대도 3개씩이나 들어가 있다.
XM3 실내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인 센터 콘솔. 결론적으로 말하면 XM3의 센터 콘솔은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 나처럼 시트를 앞으로 당겨 앉는 사람들은 센터 콘솔의 팔걸이 기능을 편하게 사용할 수 없다. 사진만 봐도 엄청 짧아 보이지 않는가? 나는 운전하는 동안 팔꿈치를 걸치기도 힘들었다.
있으나 마나 한 센터 콘솔 공간. 아... 이거 진짜 뭘 넣고 다녀야 되지... 깊이도 깊지 않고 폭도 너~무나 좁아서 휴지나 물티슈 정도만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그냥 팔걸이로 달았어야 했다. 하나라도 편해야 하는데 둘 다 불편하다.
위에 센터 콘솔 사진에서 느꼈을 수도 있는데 XM3는 실내 폭이 굉장히 좁다. 외관 사이즈만 크고 실내 공간이 예상외로 좁다는 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셀토스나 트레일 블레이저도 넓은 것은 아니지만 XM3의 실내처럼 좁지는 않은데 대체 공간을 어떻게 뺏길래 이런 상황이 나온 것인지 당황스럽다.
조수석의 콘솔 공간. 다른 차량들과 달리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공조기가 조수석이 아닌 다른 공간에 있다는 말인데... 르노 자동차들의 경우 에어컨 필터를 교체하기 정말 더럽게 어렵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수석 콘솔 형태를 보니 XM3도 보나 마나 어려울 것 같다. 다행히도 콘솔의 내부 공간은 크고 넉넉해서 쓰임새가 많아 보인다.
XM3의 1열 안전벨트 사진. 최신 차량들은 안전벨트의 높낮이가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XM3는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게끔 구성되어있다. 난 이 기능이 대체 왜 빠지는지 이해가 안 된다.
XM3의 1열 천장 사진. 25만 원만 지불하면 프레임리스 룸미러로 바꿀 수 있다. 상단 조명은 아쉽게도 LED가 아닌 전구로 되어있다.
1열 시트는 SUV 치고 사이드 서포터와 방석 쪽 서포터가 제법 많이 튀어나와서 몸을 잘 잡아주었다. 헤드레스트 자체는 현대 / 기아 자동차처럼 앞쪽으로 많이 튀어나온 형상은 아니라서 머리를 편하게 기댈 수 있었다.
이번에는 2열로 이동해보자. 내가 운전하는 시트 포지션으로 맞춘 후 공간을 측정해보니 주먹 한 개가 간신히 넘는 작은 공간이 남는 것을 알 수 있다.
키 178cm의 친구가 2열에 탑승한 사진. 주먹 하나가 꽉 끼게 들어갈랑 말랑한다. 휠베이스가 2,720mm나 되는데... 트렁크에 너무 많은 공간을 할당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2열 승객을 위한 2열 에어 벤트와 충전 전용 USB A-Type 포트를 2개나 마련해준 것은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1.6 GTe 시승 차량에는 2열 센터 암레스트와 2열 열선이 빠져 있지만, 최신 차량에서는 1.6 GTe에서도 선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XM3의 실내에 대해 알아보았다. 유려한 곡선과 동급 최대 크기를 잘 살린 외관 디자인과 달리 좁은 실내와 억지스러운 내부 구성으로 실내는 실망스러웠다. 차량의 크기만 보면 패밀리 SUV로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사실상 1인 가구 중에서도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차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XM3 1.6 GTe의 외장 / 내장 디자인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XM3 1.6 GTe의 주행 느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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