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뻑뻑한 무접점 키보드를 살려보자! 레오폴드 FC660C 분해 / 윤활 후기

2024. 1. 7. 18:38나름 써본 개발자 리뷰/IT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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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판교역 플랫폼에서 처음으로 중고 나라를 통해 구매한 고급 무접점 키보드 레오폴드 FC660C. 첫 회사에 취업 후 무려 10만 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 구매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로 10년 동안 나와 같이 여러 회사를 돌아다니며 내 통장에 돈을 꼽아주는 1등 공신으로 활약하고 있다.

 

 

10년 동안 꽤 험하게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고장 하나 없이 아직도 쌩쌩하게 동작하는 FC660C 덕분에 나는 레오폴드 키보드 외에는 다른 키보드는 쳐다도 보지 않는 레오폴드 덕후가 되었다. 최근에는 아래와 같이 민트색 FC750R 블루투스를 구매하였고,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았지만 FC750R 쿼터이즈 블루투스 키보드를 집에서 메인 키보드로 사용하고 있다.

 

https://kim1124.tistory.com/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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뻑뻑해진 FC660C 키를 부드럽게 만들 수는 없을까?

 

FC660C를 10년 동안 사용하면서 딱히 고장 난 적이 없어서 외관을 닦는 것 외에는 특별한 관리를 해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키 캡을 뽑아 중성 세제로 세척한 후 키보드 상판에 있던 머리카락이나 먼지 같은 것들을 청소기로 빨아들이는 것 외에는 어떠한 관리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10년 동안 막 사용하다 보니 고급스러웠던 무접점 키 감은 없고 뭔가 걸려서 부자연스러운 뻑뻑한 키 감만 느껴졌다.

 

 

"세월은 어쩔 수 없구나. 10년이면 많이 썼다."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키보드를 하나 살까 고민하고 알아보았으나 딱히 마음에 드는 키보드들이 없었고 10년 동안 내 월급 통장에 돈을 넣어주던 1등 공신을 이대로 보내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거기에 FC660C는 이미 단종되어 더 이상 새 제품으로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윤활"이라는 제대로 된 유지 보수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전문 업체를 통해 윤활을 하려고 했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냥 셀프로 진행하기로 했다. 마침 네이버 블로그에 FC660C를 분해하여 윤활 처리하는 과정을 아주 상세하게 적어 놓은 글이 있어서 해당 글을 참고하여 스스로 해보기로 결정했다.

 

https://blog.naver.com/xx_xx_king/22270615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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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10년 동안 같이 지낸 동료 같은 소중한 FC660C 키보드를 분해하고 기름칠하여 새것 같이 만들어보자.

 

레오폴드 FC660C 슬라이더 윤활 처리 과정

 

FC660C를 윤활 처리 하기 위한 도구는 아래와 같다. 정밀 드라이버 세트, FC660C 키보드 본체, 크라이톡스 105 윤활유로만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키보드 윤활 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크라이톡스 105 윤활유. 각 부위별로 다양한 점도의 윤활유를 사용할 수 있지만, 나는 크라이톡스 105 하나만으로 모든 윤활을 처리할 예정이다.

 

 

자, 이제 윤활 작업을 시작해 보자. 가장 먼저 할 일은 키보드의 키 캡을 모두 뽑는 것이다. 키 캡 리무버를 꼽고 약간의 힘만 주면 쉽게 뽑힌다.

 

 

문제는 수많은 키 캡들 모두 이 작업을 해줘야 한다는 것. 그나마 FC660C는 키 캡이 87개 밖에 없어서 나은 편이다.

 

 

모든 키 캡을 뽑았다면 중성 세제를 세면대에 풀고 키 캡을 담가서 불려준다. 수개월동안 묻고 누적된 손때를 말끔하게 지워내기 위함이다.

 

 

키 캡이 모두 빠진 FC660C의 본체 사진. 키 캡 아래로 머리카락, 피부 각질, 먼지 등과 같은 이물질이 쌓여 있음을 볼 수 있다. 청소기를 사용하여 깨끗하게 제거해 주자.

 

 

이제 본격적으로 FC660C 분해를 시작해 보자. 하단 좌측에 있는 OK 스티커를 십자드라이버로 과감하게 뚫어준다.

 

 

이후에 나사를 풀고 나서 테두리에 있는 8개의 걸쇠를 하나씩 일자 드라이버로 누른 상태로 커버를 벗기면 쉽게 테두리 커버가 분리된다.

 

 

커버가 벗겨진 상태에서 옆을 보면 키보드 기판이 하판에 살포시 올라가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상태에서 손으로 기판을 살짝 올린 후 아래의 사진에 보이는 커넥터를 살살 흔들어가며 뽑아준다. 키보드 배선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뽑아주자.

 

 

상판, 하판, 키보드 기판이 분리된 사진.

 

 

다음에는 기판에 있는 고정 나사를 모두 풀어줄 차례다. 기판을 자세히 보면 하얀색 화살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검은색 나사가 사용되는 부분을 표시한 것이다. 검은색 나사는 슬라이더 프레임을 고정하는 역할을 하고, 은색 나사는 기판을 보호하는 상단 금속판과 고정할 때 사용한다.

 

 

나사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 작업도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검은색 나사와 은색 나사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나사의 개수가 많긴 하지만 헷갈릴 일은 없을 것이다.

 

 

모든 나사가 제거되면 슬라이더 프레임과 기판을 잡고 살짝 들어 올려보자.

 

 

아래와 같이 슬라이더 프레임과 기판이 정상적으로 분리될 것이다. 러버돔 아래에는 키의 반발력을 조절하는 스프링이 들어가 있는데, 스프링까지 윤활을 할 것은 아니라서 러버돔 겉면에 묻어 있는 먼지들만 붓과 청소기를 사용하여 살살 털어주었다.

 

 

나는 슬라이더만 윤활유를 발라줄 예정이라서 슬라이더 프레임만 기름칠을 하면 된다. 아래에 보면 슬라이더들이 프레임에 작은 걸쇠로 빠지지 않도록 고정되어 있다.

 

 

이 부분을 플라스틱 헤라나 일자드라이버와 같은 도구로 눌러주면 탁! 하고 밑으로 빠진다. 처음에는 잘 안되는데 나중에 요령이 생기면 금방 한다. 일자드라이버로 하면 프레임이 손상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플라스틱 헤라로 눌러주도록 하자.

 

 

스페이스바의 경우에는 양쪽에 걸쇠가 있는 특이한 구조라서 테두리에 있는 걸쇠를 일자드라이버로 누른 뒤에 살짝 눌러주면 쉽게 빠진다.

 

 

키보드 분해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붓질 노가다 (?) 시간이다. 기름칠 한 슬라이더를 프레임에 쉽게 꼽을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높이가 비슷한 물체를 양쪽에 두고 프레임을 올려준다.

 

 

다음, 크라이톡스 105 윤활유를 플라스틱 통에 담아주고 얇은 붓에 윤활유를 적셔준다.

 

 

이후에 핀셋으로 키보드 슬라이더를 잡고 원통 테두리와 양쪽 다리에 윤활유를 발라준다. 윤활유를 너무 많이 바르면 키압이 상승하여 타건 시 피로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아주 조금 넓게 발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와 같이 슬라이더 원통 테두리와 다리 부분에만 발라준다.

 

 

엔터키나 쉬프트 키의 경우에는 아래와 같이 철사로 된 걸쇠가 있다. 위와 같이 원통 테두리와 다리에 바르고 추가로 걸쇠 부분에도 살짝 발라준다.

 

 

슬라이더에 윤활유를 모두 발랐다면 프레임에 장착해 주자. 장착하기 전 아래와 같이 테두리에 아주 살짝만 윤활유를 발라준다. 이후에 슬라이더를 거꾸로 잡고 대각선 방향에 있는 홈을 잘 보고 끼워주면 끝! 이 작업을 87번 반복하면 된다!

 

 

한 시간 반동안 기름칠한 슬라이더를 프레임에 조립한 사진. 허리 부러지는 줄 ;;

 

 

슬라이더 조립이 완료되면 분리해 둔 기판의 러버돔 위치와 슬라이더 프레임을 맞춘 후 조립한다.

 

 

수많은 나사들을 다시 조여주자. 이것도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린다.

 

 

슬라이더 프레임과 기판 조립이 완료되면 키보드 하판에 있는 커넥터를 기판에 연결해 준 후에 키보드 테두리 커버를 끼우고 나사를 조여준다.

 

 

세면대에서 때를 불리고 깨끗해진 키 캡들을 깨끗한 물로 행군 후 수건에 감싸서 말려준다. FC660C의 상판은 도금 처리 되지 않은 쇳덩이라서 물기가 묻으면 녹이 생기기 때문에 빠짝 말리는 것이 중요하다.

 

키 캡이 모두 마르면 키보드 본체에 키 캡을 꼽아주자. 지금까지 한 작업 중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는 작업이다.

 

 

길고 긴 키보드 윤활이 완료되었다. 더불어 내부에 있던 이물질도 깨끗하게 제거되었고, 손 때 묻었던 키 캡도 번질번질하니 새것처럼 바뀌었다.

 

 

FC660C 윤활 작업 후기

 

3시간에 걸친 키보드 윤활 작업이 완료되었다. 그렇게 내 주말이 날아가긴... 했지만 결과물만 봤을 때는 아주 만족스럽다. 초반에 윤활유를 좀 많이 발라서 키 압이 높아져서 "망했다."라고 생각했지만 사용할수록 원래의 키 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건조하다 못해 딱딱하던 키 감은 매우 부드러워졌고, FC660C 특유의 초콜릿 부서지는 도각도각거리는 소리가 다시 돌아왔다.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FC750R 저소음 적축과 비교해 보니 저소음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찰싹 거리는 FC750R과 달리 완충제가 깔려 있는 듯한 고급스러운 느낌과 더불어 도각도각거리는 타건 소리가 10년 전의 FC660C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너무나 느낌이 좋았다. 윤활 작업을 마친 후 회사에 가져가서 사용하고 있는데 느낌이 너무 좋아서, 무언가에 대해 고민할 때도 키보드의 키를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다음 10년도 잘 부탁한다!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내 통장에 월급을 꼽아주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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