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내 나이 33세. 암에 걸리다.

2022. 11. 13. 23:23이렇게 살고 있어요/내 몸에 암세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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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침 검사 결과 : 3단계 비정형 세포

 

첫 번째 글 이후로 일주일이 지난 10월 31일.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https://kim1124.tistory.com/178

 

[갑상선암] 무심코 지나친 갑상선 혹... 암으로 돌아올까 무섭다.

왜 나는 내 몸에 대해 무심했을까? 근로자라면 2년마다 받는 건강 검진. 나는 이미 작년에 건강 검진을 받았기 때문에 올해는 대상자가 아닐 줄 알았으나 관련된 법이 변경되어 운 좋게 1년 만에

kim1124.tistory.com

 

지난주에 실시한 세침 검사 결과를 통보하는 메시지가 온 것이다.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는 암일 확률이 높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결과가 도착하니 심장이 쿵쾅거렸다. 잔뜩 긴장한 체 도착한 문자를 열어보았다.

 

 

결과는 3단계 비정형 세포로 나왔다. 여기서 비정형 세포란, 양성 세포도 아니고 악성 세포도 아닌 애매모호한 단계를 말한다. 갑상선암의 진단은 6개의 카테고리로 구분된다. 이것을 베데스다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진단 시스템이다. 각 카테고리별 내용은 아래와 같다.

 

Category 1

 

진단이 불가능한 상황을 말한다. 세침 검사에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충분한 세포가 확보되지 않았거나 세포가 없거나 불순물이 포함되어 결과를 판단할 수 없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재검사를 진행하거나 추적 관찰 정도만 수행한다. 이때, 암으로 진단받을 수 있는 확률은 1 ~ 4% 정도다.

 

Category 2

 

명확하게 암이 아닌 경우이다. 즉, 채취한 세포가 양성 결절일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암일 확률은 0 ~ 3% 정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실상 암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놔둬도 크게 문제가 없는 가장 좋은 결과다.

 

Category 3

 

악성으로 판단하기에는 애매한 경우이다. 채취한 세포가 양성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악성이라고 말하기에 애매한 경우다. 세침 검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유형으로, 결절의 모양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총조직검사를 실시한다. 이때, 암으로 판정될 확률은 5 ~ 15% 정도다.

 

Category 4

 

여포성 종양으로 3단계처럼 애매한 경우이다. 단, 3단계와 달리 이 경우에는 수술을 하도록 권고한다. 여포성 종양인 경우에는 수술로 결절을 제거한 뒤에 조직 검사를 통해 암인지 아닌지 최종 판단한다. 여포성 종양의 경우에는 초음파나 CT 등으로는 암인지 아닌지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술을 해서 제거해야만 한다. 이때, 암으로 판정될 확률은 15 ~ 30% 정도다.

 

Category 5

 

악성 의심 단계로 높은 확률로 암으로 진단된다. 정말 드물게 암이 아닌 경우도 있어서 여기까지는 암을 의심하는 단계로 구분한다. 하지만, 암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수술로 절제가 필요하다. 수술 후 제거된 결절로 조직 검사를 시행하여 암인지 아닌지 최종으로 결론을 내린다. 이때, 암으로 판정될 확률은 60 ~ 75%로 굉장히 높은 확률을 가지고 있다. 

 

Category 6

 

97 ~ 99% 암인 경우. 사실상 암에 걸렸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부터는 무조건 수술을 진행한다.

 


 

여기서 나는 3단계로 양성도 아니고 악성도 아닌 가장 애매한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3단계와 4단계는 환자에게 추적 검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재검사를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과거에는 3단계 이상부터는 수술이 권고되었으나, 요즘에는 환자의 삶의 질을 중요시하고 갑상선 암의 전이 속도가 느린 것을 감안하여 추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이 경우에는 피막 침범이 없고 갑상선 내에서만 암세포가 머무는 경우에 한해서만 진행한다.

 

문자를 보고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단계의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암일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 원장님께서는 총조직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문자에 남기셨다. 이유는 현재 내 갑상선에 있는 결절의 모양이 너무나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짧은 고민 끝에 병원에 전화하여 총조직검사를 예약하였다.

 

너무 무서웠던 총조직검사 (총생검)

 

11월 3일. 회사에 반차를 내고 병원으로 향했다. 세침 검사에서 3단계 비정형 결과가 나온 만큼 더 많은 세포를 채취하여 조직 검사를 수행할 필요가 있었다. 총조직검사 (총생검)은 아래의 사진처럼 굵고 거대한 바늘이 달린 특수 장비를 이용하여 갑상선 결절에서 세포를 흡입한다. 이때, 바늘 끝에 달린 특수한 갈고리로 조직을 크게 잡아서 뜯어 내는데 이 과정에서 총소리가 난다고 하여 총생검이라고 불린다.

 

 

바늘의 굵기와 두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검사는 일반 세침 검사와 다르게 국소 마취가 필요하다. 바늘이 들어갈 공간을 초음파로 미리 본 후 국소 마취를 수행한다. 이후에 위의 사진과 같이 무섭게 생긴 도구를 세침 검사 때와 동일하게 결절까지 찔러 넣는다. 나 같은 경우에는 결절의 위치가 깊어서 바늘이 깊게 들어갔다. 너무 무서워서 마취를 했지만 호흡이 빨라지고 덜덜 떨렸다.

 

33살이나 먹은 남자가 이런 걸로 덜덜 떤다고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바늘의 크기와 굵기를 보면 어느 누구도 제정신으로 본인의 목 한가운데 저 바늘이 찔리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에는 힘들 것이다. (핑계임 ㅋ) 그래도 원장님이 워낙 잘하셔서 그런지 5분 만에 총조직검사가 끝났다. 국소 마취를 했기 때문에 통증 자체는 거의 없었다.

 

총조직검사는 세침 검사와 다르게 30분간 지혈을 해야만 한다. 바늘이 굵고 큰 것도 있지만, 결절을 뜯어서 (?) 흡입하는 검사라서 출혈이 많이 나고 세침 검사와 달리 목도 꽤 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도 세침 검사는 붓기가 3일 정도 유지되었는데 총조직검사 7일 정도 부어 있었던 것 같다.

 

 

총조직검사는 세침 검사보다 더 많은 양의 세포를 채취하기 때문에 검사 정확도가 매우 높다. 만약, 여기서도 결과가 3단계 비정형이 나온다면 아마도 추적 검사를 할 것이라는 원장님의 말씀을 듣고 집으로 귀가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총조직검사 결과가 3단계로 나오길 기대했다. 이번에도 3단계가 나온다면 무서운 전신 마취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며, 암일 확률도 그만큼 낮아지겠지?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나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가 암이라고...?

 

총조직검사 후 결혼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인 상견례를 진행했다. 걱정과 다르게 상견례는 좋은 분위기로 무사히 마쳤고, 잠시나마 갑상선에 대해 잊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참고로 현재 내 상황은 모두 여자 친구에게 빠짐없이 공유하였으며 구성원 모두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일주일 후 11월 11일 오후 12시.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직장 동료들과 중국집에서 점심 식사를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결국... 내 왼쪽 갑상선에 있던 결절은 암으로 확진되었다.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타들어갔다. 알고 있었다. 내가 암일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렇게 진단을 받으니 머릿속이 복잡하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서둘러 급하게 반차를 올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한 후 5분 뒤에 진료실에 들어갔다. 원장님께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결과 문자 받으셨죠?"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냥 웃기만 했다. 그러면서 원장님께서는 "갑상선암의 경우 예후가 매우 좋은 암이기 때문에 목숨이 위험하거나 삶에 크게 지장이 있지는 않을 겁니다."라고 나를 위로했다. 워낙 정신이 없어서 내가 걸린 암이 무슨 종류인지에 대해서도 묻지도 못하고 조직 검사 결과지, 슬라이드, 초음파 CD를 받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차에 올라타서 병원에서 받은 검사 결과지를 열어보았다. 조직 검사 결과지에는 빨간 글씨로 "PAPILLARY THYROID CARCINOMA" (갑상선 유두암) 라고 적혀 있었다. 영어도 못하고 의학 용어도 모르지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빼빼로 데이에 남들은 빼빼로 받고 다니는데 나는 "응 너 암 확진임 ㅋ" 종이를 받았으니... 참 나... 인생 진짜... 시부럴...

 

 

결과지를 본 후 복잡한 머리를 비우고 싶었다. 계속 생각해봐야 머리만 아프고 신경 써봐야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길로 내비게이션에 자주 가는 세차장 주소를 입력하고 곧장 달려가서 3시간 정도 아무 생각 없이 세차를 했다. 오랜만에 올려본 왁스로 인해 내 말리부는 신차보다도 반짝이고 투명한 광을 보여주었다. 이 맛에 세차를 하지 ㅎㅎ

 

 

갑자기 갑상선암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세차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람들은 모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고 그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풀 수 있는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그 방법이 오랜 시간 차를 닦고 광이 번쩍이는 차를 멍 때리며 구경하는 것이다.

 

실내도 깨끗하게 청소하고 닦았다. 복잡한 머리만큼이나 쌓여 있는 먼지와 바닥 이물질들을 모두 깨끗하게 치웠다. 2년 동안 5만 키로가 넘게 주행했지만 내 / 외관 컨디션만큼은 신차나 다름없었다. 내 건강도 2년 전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세차하는 것만큼 내 몸에 관심이 있었다면... 아니 그래도 암이 한번 생긴 이상 바뀌기는 힘드니까 그대로인가?...

 


 

이번 주 목요일 일산 차병원의 박정수 교수님에게 초진을 예약했다. 초진에서 현재 나는 어떤 상태인지, 만약 전이가 되어 있다면 어디까지 되어 있는지, 수술 날짜는 언제로 잡을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병원도 가보고 싶지만 세브란스는 초진이 한 달 뒤이고 검사는 무려 4개월이나 밀려 있는 상황이라 결혼이 3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는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제발 전이만... 갑상선 전절제만 피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것도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 세상 일이라는 게 내 맘대로 되는 것들이 별로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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