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수술까지 남은 기간 7일. 갑상선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2022. 12. 25. 23:18이렇게 살고 있어요/내 몸에 암세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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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전신 마취 수술... 오른쪽 어깨에 박혀 있는 지방종을 제거할 때나 전신 마취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전신 마취 수술을 받게 되었다. 정말 크게 다쳐서 수술에 큰 통증이 예상되는 경우에 전신 마취를 시행하는데, 그렇다는 이야기는 마취에 깨는 과정도 고통스럽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수술 후기를 보면 깨어나고 나서 2시간 정도는 고통스럽다는 후기가 많다.)

 

내 암덩어리를 제거해주실 박정수 교수님

 

일주일 뒤의 수술에서 내 암덩어리를 제거해 주실 분은 갑상선 암으로는 국내 최초, 최고의 타이틀을 가지고 계신 일산 차병원의 박정수 교수님이다. 갑상선암으로만 보면 너무 유명하신 분이라 갑상선암 환들에게 물어보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다. 현재 갑상선암의 최고 병원으로 알려진 세브란스 교수님들의 스승님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국내 최초 갑상선암 외과 전문의로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서 주 20회 이상의 수술을 집도하셨고, 교수님에게 수술받은 환자만 무려 2만 명이 넘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록을 가지고 계신다. 강남 세브란스에서 퇴직하신 후 현재의 일산 차병원에 갑상선암 센터장님으로 근무하시면서 여전히 많은 환자들의 수술을 집도하고 계신다.

 

이런 분에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는 너무나 큰 행운이다. 수술 후기만 봐도 수술도 완벽하고 회복도 빠르고 환자와의 소통도 원활하게 진행된다는 평이 전부다. 박정수 교수님에게 수술을 받은 환우들은 100% 이상의 큰 만족도를 나타낸다.

 

박정수 교수님은 네이버 카페에서 환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다. 거북이 가족이라는 네이버 카페는 "갑상선 암은 거북이 암이다." 라는 말을 만드신 박정수 교수님이 환우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갑상선암 카페이다. 아래 스크린 샷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주제로 매일 글을 꾸준히 작성해 주시는데, 그중에서 진료 일지는 실제 수술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여 수술을 앞둔 환자들이나 이미 받은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궁금증을 해결함과 동시에 자신의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어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수술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매번 진료 일지를 읽고 있는데, 이제 일주일 뒤에는 내 수술 일지도 올라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착한 암이 어딨어? 제발 헛소리 좀 그만해!

 

박정수 교수님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 김에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는 다소 황당한 주장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자. 갑상선암 환자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확진되었다는 말을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갑상선암은 착한 암 이래! 그거 로또 된 거나 마찬가지야!" 일 것이다. (실제로 나는 이 말을 지인에게 들었다.) 실제로 이 말을 들으면 "이 X끼가 돌았나?"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경험을 환자들은 아주 많이 겪었으리라 생각한다.

 

갑상선암은 오래전부터 과잉 치료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병이다. 암이라는 무서운 병명과는 달리 5년 생존율이 100% 일 정도로 생명에 크게 지장이 없고, 다른 암종과는 달리 전이 속도가 굉장히 느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악성도가 낮은 유두암의 경우에는 수술보다는 추적만 시행하는 보존적 치료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논란이 더욱 거세지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갑상선암을 암으로 부르지 말자라는 다소 황당한 주장들도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것들이 왜곡되어 착한 암이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왜곡된 주장들이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방송이나 매스컴에 아무런 필터링 없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아래의 링크는 황당한 기사의 예시이다. 2014년 기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2810040

 

[갑상선암] ‘환자 왜 많은가 했더니’…급증원인 논란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한국의 갑상선암 원인을 두고 의료계에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원전사고...

news.kbs.co.kr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갑상선암은 별거 아니구나?라고 인식한 일부 사람들이 환자들에게 위로랍시고 하는 말이 "착한 암, 로또, 암테크" 등과 같은 개소리를 암환자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갑상선 암은 정말 저들이 말하는 대로 착한 암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아래의 스크린 샷으로 대체한다.

 

 

당연히 말도 안 되지. 착한 암이 어딨어. 위의 황당한 기사의 내용을 한번 보자. 뭐 육체적으로는 건강하게 잘 살고 생존율도 높고 그래서 착한 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갑상선암 환자들은 수술과 치료를 받은 이후에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살고 있을까?

 

 

정말 안타깝게도 대답은 NO이다. 대부분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반절제라면, 남아 있는 반쪽이 제 역할만 잘해주면 기사가 주장한 대로 일반인처럼 살아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신지로이드 등의 약을 평생 먹으며 상황에 따라 약의 용량을 조절하 가며 평생 관리해야 한다. 용량이 잘 맞지 않는 경우 항진증 또는 저하증으로 인해 오랜 시간 삶의 질이 떨어진 채로 살아간다.)

 

기사를 조금만 더 자세히 보도록 하자. 혹시 뭔가 이상한 것을 눈치챘는가? 갑상선암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갑상선 전문의가 한 인터뷰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갑상선암에 대해 작성된 기사에 갑상선 전문의가 없다? 의사들은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모든 질병에 관련된 내용들을 공부를 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특정 과에 대해 전문적으로 평생을 연구한 의사들보다 더 잘 알까? 그렇게 다 잘 알면 전문의가 무슨 소용이야? 그냥 아무나 들어가서 수술하면 되지... 이런 기사나 방송들이 갑상선암을 착한 암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갑상선암을 놔두면 어떻게 될까?

 

위의 기사가 주장하는 대로 조기 진단 시기를 놓쳐서 갑상선암이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도 과연 예후가 좋은 착한 암으로 부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래의 유튜브 영상으로 대체한다. 과연 위의 기사가 주장한 대로 착한 암이 맞는지, 과잉 진료가 맞는지에 대해 직접 확인해보기 바란다.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말이다.

 

https://youtu.be/5vhHph0ecxo

 

결론적으로 말하면 갑상선암도 암이다. 속도가 느리지만 주변부 조직을 침범하여 전이되고 온몸에 전이가 되면 다른 암과 다름없는 낮은 생존율을 보인다. 단, 나이가 어릴 때 갑상선암에 걸린다면 전이가 있어도 최대 2기로 본다는 것이 다른 암과 다른 점이다. 다른 말로 말하면 중년 ~ 노년의 나이에 갑상선 암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갑상선암이 전이되어 전신에 퍼진 4기의 경우에 생존율은 겨우 39%로 다른 암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은 맞지만, 절반 이상의 환자가 사망을 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특히, 갑상선암 중에서도 예후가 좋지 않은 수질암이나 역형성암일 경우에는 다른 암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갑상선 역형성암은 걸리는 순간 4기 진단이며 이미 갑상선을 뚫고 주변 장기로 전이된 경우 평균 수명은 6개월 이내로 폐암이나 췌장암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전이되면 완치가 불가능한 난치성 암 중 하나가 바로 갑상선 역형성암이다.)

 

이래도 저 기사 말대로 갑상선암에 대해 조기 진단은 돈낭비이고 쓸데없는 짓으로 생각되는가? 분명히 다른 암에 비해 자라는 속도가 느리고 예후도 좋은 것도 사실이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다른 암이랑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잘 관리하자.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진 말자

 

위의 어그로성 기사들이나 방송들로 인해 갑상선암의 경각심이 낮아진 것은 분명히 문제지만, 대부분의 갑상선암 환자들은 예후가 좋은 경우가 95% 이상이기 때문에 갑상선암에 걸렸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위의 기사처럼 어그로성의 내용을 잘못 이해해서 조기 진단이 필요 없다고 판단하여 병을 키우는 일이 없어야 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갑상선암은 자라는 속도가 다른 암종에 비해 굉장히 느린 편이기 때문에, 수질암이나 역형성암이 아니라면 질병이 발전되는 속도가 아주 느리다. 일반적으로 건강 검진을 1 ~ 2년 간격으로 받기 때문에 그 안에 갑상선 초음파로 충분히 암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결절이 발견되었다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도록 하자. 가 왜 이런 이야기를 계속 반복해서 하냐면... 내가 이렇게 1년의 시간을 버렸기 때문이다. 나도 갑상선에 생긴 결절이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거든... 심지어 건강검진 병원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판단했고... 근데 이걸 놔두다 보니 림프절로 전이가 된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작년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바로 수술했다면 전이가 없었을 텐데...

 

어쨌든, 갑상선암은 자라는 속도가 굉장히 느리기 때문에 검사에서 암을 발견했다면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목숨을 잃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갑상선암으로 진단되었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갑상선 환우 카페에 가입하여 여러 글을 읽고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

 


 

이제 내 왼쪽 갑상선과 이별하기까지 일주일 남았다. 안 좋게 헤어져서 (좋게 헤어지는 경우가 어딨어?) 가슴이 아프지만 그렇다고 내가 죽을 수는 없으니까...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는 튼튼하고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 안녕 흑읔으흥ㄹ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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