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내 몸에서 암세포를 제거하다.

2023. 1. 6. 23:23이렇게 살고 있어요/내 몸에 암세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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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일 : 일산 차병원 입원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끝나고 2023년 새해가 밝았다. 많은 사람들이 일출 명소에 방문하여 해돋이를 보며 소원을 빌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매년 1월 1일에 해돋이 명소는 아니더라도 집에서 가까운 바닷가로 달려가 해돋이를 보곤 했는데, 아쉽게도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올해 1월 1일은 내 몸에서 암을 제거하기 위해 생전 처음으로 큰 병원에 입원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난 뒤 가장 먼저 창문을 활짝 열고 집안 청소와 빨래를 시작했다. 최소 4일 동안은 집에 오지 못하기 때문에 집안일을 미리 정리해야만 했다. 아침 일찍 부모님이 우리 집으로 출발하셨기 때문에 빨리 청소를 해야만 했다. 작년에 구입한 로봇 청소기 "훈정이"의 도움으로 한 시간 안에 깨끗하게 집을 청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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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가 되자 부모님이 우리 집에 도착했고 한 시간 정도 점심 식사를 준비한 후에 가족들과 점심을 먹었다. 동생이 먹다 남은 족발 (?)과 4마리의 고등어, 쇠고기 토란국 등 꽤나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를 하고 한 시간 정도 집에서 쉬었다. 병원 입원 시간은 오후 3시 ~ 4시로 알림이 왔기 때문에, 우리는 1시 반쯤 동생 차를 타고 일산 차병원으로 출발했다.

 

 

일산 차병원은 모든 병동이 간호 병동으로 1인실과 특실을 제외하고 모든 다인 병실에서 보호자가 상주할 수 없다. 작년까지는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고 신종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허가하지 않는 듯했다. 보호자가 환자를 면회할 수 있는 시간은 입원, 퇴원일에는 15분까지만 가능하며, 수술 당일에는 수술실로 이동하는 과정과 수술을 마치고 회복 후 병실에 올라오고 나서 15분 정도의 짧은 시간만 가능하다.

 

일산 차병원에 도착 후 1층에 있는 올리브영에서 드라이핏 샴푸와 클렌징 티슈 (나중에 알고 보니, 몸을 닦는 용도가 아니라 화장을 지우는 티슈였다. ;;)를 구매하고 입원했다. 당초 2인실로 입원을 희망했으나 최종적으로는 4인실로 배정이 되어 4인실로 입원했다. 일산 차병원의 4인실은 매우 크고 쾌적했으며, 커튼으로 가리는 공간도 여유가 넘쳐서 4인실도 충분히 좋았다.

 

 

침상 뒤에는 6개의 콘센트와 조명 등의 부가 장비들이 있었고, 도어록 기능이 있는 사물함과 소형 냉장고도 갖추고 있다.

 

 

여유로운 공간을 자랑하는 일산 차병원의 4인실 사진.

 

 

첫날의 병원밥 사진. 모든 병원밥이 그렇듯이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그렇게 입원하고 병실에서 띵가띵가 노는 사이에 밤이 되어버렸다. 저녁 9시경 간호사이 병실에 들어와서 내일 첫 번째 수술이라고 말씀하시고 오른쪽 손등에 수술용 대바늘을 꼽았다. 진짜 더럽게 아픔... 바늘도 무슨 새침 검사할 때 무식하게 생긴 그 바늘이라서 너무나 아팠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2023년 1월 2일 : 수술 당일

 

수술 당일 새벽 5시. 간호사님이 들어와서 체온과 맥박을 측정하고 수술 전 수액을 수술용 바늘에 연결했다. 이미 많이 긴장되는 상태라 새벽 5시부터 수술 시간 전까지 전혀 잠을 자지 못했다. 아침 7시가 되자 병실 문 앞에 수술실로 이동하는 침대와 남자 간호사이 대기하고 계셨고 긴장은 극에 달했다.

 

아침 7시 40분 박정수 교수님의 오전 회진이 있었고 "좌측 반절제로 수술이 진행될 거야. 잘될 거니까 걱정 말고."라고 위로해주시고 병실을 나가셨다. 그와 동시에 수술실로 이동하기 위해 수술용 침대에 올랐다. 병동 구석에 숨겨진 공간 (?)으로 들어서자 추워지기 시작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는 수술 준비실과 바로 연결되어 있었고 준비실로 들어서자마자 의료진 8명이 달라붙어 "이름과 생년월일 말씀해 주세요.", "오늘 받으실 수술 내용 말씀해 주세요."를 반복적으로 계속 물어봤다. 그러면서 머리카락과 귀를 비닐과 테이프로 능숙한 솜씨로 칭칭 감아 봉인했다.

 

잠시 뒤, 이번 수술의 마취 전문의라고 소개하신 선생님이 와서 전신 마취에 대한 설명, 부작용, 동의서에 대해 설명해주셨고 동의서에 이름을 작성하자마자 1번 수술실로 들어갔다. 1번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문 위에 있는 전광판에는 이미 "수술 중"으로 녹색등이 들어와 있었다.

 

수술실에 입장하자마자 의료진들이 환한 웃음으로 "환영합니다!"라고 반갑게 맞아주셨고, 수술 준비실과 동일하게 생년월일과 오늘 받을 수술에 대해 3번 정도 물어봤다. 그와 동시에 침대에서 수술실 의자로 직접 이동하였고 눕자마자 양쪽 팔을 끈으로 봉인하고, 양쪽 어깨 아래에 쿠션을 넣어 환자가 최대한 편한 자세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아주셨다.

 

잠시뒤, 수술복으로 환복 하신 박정수 교수님이 등장하셨고 내 양쪽 발목을 붙잡으며 "걱정하지 마. 잘될 거야."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후에 남성 의료진 한분이 "한 시간이면 끝나는 간단한 수술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ㅎㅎ" 라고 위로의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잠시 뒤 "마취 시작하겠습니다!!" 라는 외침과 함께 오른쪽 손등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신음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했고, 마취 선생님이 산소마스크를 코에 가까이 대면서 "숨 크게 쉬세요~" 라는 말을 끝으로 정신을 잃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환자분 일어나세요!" 라는 간호사님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서서히 주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곧바로 눈을 떴다. 산소마스크가 씌워 있었는데, 간호사이 "환자분! 조금만 늦게 깨어났으면 위험할 뻔했어요!" 라고 말씀해 주셨다. 아무래도 너무 마취에 심하게 취해서 예상 시간보다 늦게 깨어난 것으로 보인다.

 

"환자분! 숨 쉬세요!" 라는 멘트를 듣고 숨을 크게 쉬었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혀서 당황했다. 그와 동시에 잔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기침을 심하게 해서 수술 부위가 터질 경우,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알고 있어서 손으로 절재 부위를 잡고 호흡과 잔기침을 반복하며 숨쉬기 위해 애썼다.

 

마취가 풀리기 시작하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숨이 잘 안 쉬어지는 현상과 잔기침과 가래까지 고통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XXX 환자분 병실로 이동합니다!" 라는 소리와 함께 침대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수술실을 나오니 어머니와 동생이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같이 병실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병실에 도착한 후 병실 침대로 이동했고 앉아 있는 자세로 침대 각도를 조절했다. 2시간 동안 전신 마취 가스를 빼야 했기 때문에 절대 자지 말고 호흡을 계속해야 한다는 간호사님의 말을 듣고 열심히 호흡하기 위해 노력했다. 너무 괴로워서 진통제 좀 넣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미 수술실에서 진통제를 맞고 온 상태라 2시간 뒤에나 추가 진통제가 가능하다고 해서 좌절했다.

 

어머니는 병실에서 내 손을 쥐어 잡으면서 내 이름만 불렀고, 나는 어머니한테 집으로 얼른 가라고 말했다. (일산에서 대전으로 내려가시려면 힘드시니까) 나중에 정신 차리고 동생이 카톡으로 한 말을 보니, 병실에 나온 후 화장실에서 우시면서 토하시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울컥했지만, 우울한 분위기 좀 반전시킬 겸 "군대 입대 할 때도 울어 주지..."라고 보냈다. 분위기는 딱히 변하지 않았고 뻘쭘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흐리멍덩한 정신 상태가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반쯤 가려져있던 시야는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고칼슘식 죽과 함께 간호사님이 들어와서 빨대로 물을 한 모금 먹어보라고 말씀하셨다. 생각보다 쉽게 물을 삼킬 수 있었고 식사를 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는 고칼슘식 점심을 하나도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컨디션은 급격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마취 가스가 거의 빠져나가서 그런지 숨 쉴 때마다 역하게 나던 화학 물질 냄새도 사라졌고, 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위가 정상적으로 움직여졌다. 목은 마치 코로나에 걸린 것처럼 여전히 아팠지만, 오미크론에 걸렸을 때보다 통증은 덜했다. 이 정도면 좀 심한 목감기에 걸린 수준? 단, 목근육이 아직 회복이 안된 것인지 목을 움직이는 각도는 매우 제한되었다.

 

점심을 먹은 지 한 시간이 지나고 링거 거치대를 끌며 병동을 한 시간가량 돌아다녔다. 간호사님이 병실에 왔을 때 안색이 너무 안 좋았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만큼 몸의 회복 속도가 매우 빨랐다. 한 시간을 돌아다니고 병실에 들어왔는데 내일 갑상선 절제술을 받을 새로운 환자분들이 병실에 들어왔다. 4인실에 나 혼자 밖에 없어서 좋았는데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그들도 내일 나같이 고생할 생각을 하니 안쓰러운 (?) 마음도 들었다.

 

 

저녁을 먹은 후 침상에서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봤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가져오지 않아서 따로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없었다. 간간히 갑상선 포럼과 일산차병원 갑상선 카페에 수술 후기를 올렸다.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주셨는데 응원이라는 게 이렇게 심적으로 크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

 

밤이 되었고 잠을 자려고 하는데 아직까지 목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통증도 제법 있어서 침대에 눕기 쉽지 않았다. 침대 전동으로 각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었지만 소음이 제법 많이 나서 같은 병실 사람들이 시끄러울까 봐 안 쓰려고 했다. 하지만, 내 힘으로 눕거나 일어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침대의 각도를 사용해야만 했다.

 

그날 밤, 나를 포함한 2명의 환자는 코골이의 소음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코골이 환자의 반대편 환자는 동영상으로 코 고는 소리를 촬영 (?) 하기도 했고 나와 같은 처지의 다른 환자는 한숨만 쉬고 있었다. 나는 다행히 무선 이어폰인 젠하이저 MTW 3를 가지고 와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켠 채로 간신히 잠에 들 수 있었다.

 

 

2023년 1월 3일 ~ 4일 : 회복과 퇴원

 

수술 다음날, 컨디션은 전날보다 더욱 좋아졌다. 목에도 어느 정도 힘이 들어가서 침대의 각도 조절을 하지 않아도 반동을 이용하여 눕거나 일어날 수 있었다. 수술 다음날부터 목운동을 시작했는데, 목운동을 하지 않고 놔두면 수술 부위의 근육들이 뒤엉켜 유착되어 목이 당기거나 졸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목을 좌 / 우로 움직였을 때, 턱 하고 걸리는 위치에서 아주 약간만 더 힘을 줘서 최선을 다해 목을 움직이는 운동을 하루에 3번 이상만 해주면 된다.

 

몸의 컨디션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됐고 갑상선 환우 카페에서 항상 올라오던 일산 차병원의 명물 (?)인 공차의 청포도 스무디를 사러 병동을 나왔다. 갑상선 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은 목이 부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차가운 얼음물이나 음료 또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목의 붓기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병동에서 나와 병원 3층으로 이동하여 청포도 스무디를 구매한 후, 병원 옥상에 있는 RF 공원에 가서 약간의 산책을 즐겼다.

 

 

하지만, 생각보다 공간이 좁고 아무도 없어서 병동으로 다시 내려왔다. 내가 있던 층은 병동이 2개로 나뉘어 있었는데 중간에 아래와 같이 중립 지역이 있었다. 일산 차병원은 최신 병원이라 그런지 내부 인테리어가 마치 쇼핑몰을 연상케 하는 세련된 인테리어로 되어 있다. 중간에 의료진들이나 환자의 지인들이 쉬라고 만들어 놓은 공간인 듯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면회가 불가능하여 사실상 방치된 공간이었다. 이런 좋은 공간을 코로나 때문에 버려 놓고 있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병실에 돌아오니 같은 병실 사람들이 수술을 대기하고 있었고, 그들의 팔에도 내 오른쪽 팔등에 꼽혀 있던 무시무시한 바늘이 있었다. 나는 수술 후 칼슘 수액을 조금 더 맞고 바늘을 뺀 상태였는데 얼마나 무식하게 두껍고 컸던지 손등에 펑크가 나서 피가 줄줄 흘렀었다. 아직도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는데 뭐 조만간 사라지겠지...

 

병실에서 목운동을 하면서 아이패드 미니로 웹서핑을 하던 도중 병실 사람들이 수술을 하러 떠났고 그들이 무사히 잘 받고 돌아오길 잠깐이나마 빌었다. 회진 때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와 같은 반절제술을 하는듯했고 왠지 모를 동지애 (?)가 생겨서 그런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2시간 정도 지났을까 같은 병실 사람들이 수술을 마치고 병실로 들어왔고, 어제 내가 겪었던 마취 가스 + 통증 + 기침 + 가래의 4중고를 이겨내기 위해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 와중에 내 저녁 식사가 병실에 들어와서 여간 난감한 게 아니었다. 저 사람들은 2시간 동안 밥을 못 먹는데 음식 냄새 풀풀 풍기면서 나는 밥을 먹어야 하다니... 최대한 소리 안 나게 먹긴 했는데 옆에 환자분이 나도 밥을 먹어도 되냐는 질문에 간호사님이 냉정하게 "가스 다 빼고 물 먹을 수 있을 때 죽 드셔야 돼요." 라고 했다. 나는 밥을 먹다 말고 배식대로 식판을 넣었다. 다행히도 그들은 2시간 동안 잘 버텼고 저녁으로 죽과 반찬을 먹을 수 있었다.

 


 

다음날, 오전 회진을 오신 박정수 교수님이 수술 부위를 손가락으로 눌러보면서 "안아프지? 집보내줄까?" 라고 말씀하셨다. 집돌이 같이 생겼지만 의외로 MBTI가 ESFJ인 나는 병원에서 한시라도 갇혀 있기 싫었고 집에 가고 싶다고 교수님에게 말씀드렸다. 교수님은 퇴원하라고 지시했고 얼마 안 가 외래 진료가 예약되면서 퇴원 절차를 진행하였다.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가 퇴원하냐며 커튼을 열고 물어봤고 나는 그렇다고 말했다. 옆의 환우분은 약과와 작은 귤을 나에게 주었고 나는 감사하다고 맛있게 먹었다. 퇴원을 하기 전 별로 말은 안 했지만 같은 병실의 환우들에게 아이스크림이라도 주고 싶어서 간호사실에 편의점 좀 빨리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후다닥 뛰어가서 설레임 아이스크림 3개를 구입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인사하며 잘 치료를 받으라는 말과 함께 설레임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의 작은 냉동고에 넣어주고 병실을 나왔다.

 

간호사실에 방문하여 기존에 있던 방수 테이프를 떼고 현재 수술 부위를 확인하고 소독했다. 절개선은 3.5 ~ 4cm 정도로 생각보다 길었지만 위치가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기에 그저 잘 아물기만 바랄 뿐이다. 소독해주신 간호사님에게 인사하고 3박 4일 동안 있었던 병동을 나왔다.

 

 

아직 수술 후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병원에서는 가퇴원으로 처리되었다. 암은 수술 전 조직 검사에서 99% 암이라고 판단하여도 예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을 하지 않으면 "임상적 진단"으로 처리된다. 최종 진단은 수술 과정에서 제거된 조직을 가지고 최종적으로 조직 검사를 하여 나오는 결과로 판단한다.

 

정리하면, 나는 수술 전 조직 검사에서는 베데스터 6단계가 나왔기 때문에 사실상 갑상선 유두암 환자라고 볼 수 있는데, 전산과 절차상으로는 아직 암환자라고 확정이 된 것은 아니다. 물론, 이것은 전산과 절차상의 이야기이지 이미 조직 검사, 초음파, CT에서 암인 게 확실시되었으므로 암환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런 절차가 생긴 이유는 새침 검사나 조직 검사에서 4단계 혹은 5단계가 나온 환자들이 수술 후 암이 아녔다고 결론이 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것이니 참고하도록 하자. 나처럼 6단계가 나온 경우에는 결과가 바뀌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아무튼, 가퇴원 상태로 정산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중증 환자의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산정 특례 혜택을 아직은 받을 수 없다. 최종적으로 300만 원이 약간 안 되는 비용이 나왔는데, 이것은 2주 뒤에 있을 외래 진료에서 다시 조정될 것이다. 암인 것이 확정되면 산정 특례가 적용되에 현재 비용의 20 ~ 30% 되는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병원비를 결재하고 1층으로 내려가니 여자 친구가 아이스크림 6개를 사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멀어서 오지 말라고 했는데 연차를 쓰고 아이스크림을 사고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친동생도 차를 끌고 병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나와 여자 친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서 동생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갑상선암을 제거하기 위해 일산 차병원에 입원하여 수술하고 퇴원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굉장히 긴 글이 되었지만, 수술을 앞둔 갑상선 환우들이 가장 걱정하는 수술 과정과 이후의 내용에 대해 최대한 자세하게 정리하고자 노력했다. 수술을 앞둔 여러분의 심정을 나도 겪었고 어떤 것들이 가장 걱정 되는 것인지 잘 알고 있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길게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갑상선 절제술 후 회복하는 과정과 수술 후 몸의 변화에 대해 글을 작성해보도록 하겠다. 갑상선암에 진단되어 걱정하고 있는 많은 환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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