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일산 차병원에서 수술 전 검사와 걱정스러운 결과.

2022. 12. 4. 22:43이렇게 살고 있어요/내 몸에 암세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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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차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보다

 

갑상선암에 확진된 후 첫 번째 외래 진료를 받는 날이 되었다. 내가 선택한 병원은 일산에 있는 차병원으로 갑상선암의 명의로 유명하신 박정수 교수님이 센터장으로 계신 곳이다. 우리 집에서 일산 차병원까지는 편도 50Km 이상 떨어져 있어서 진료 2시간 전에 집을 나섰다.

 

다행히도 차가 막히지는 않아서 50분 만에 일산 차병원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 갑상선암 센터에 접수하고 진료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린 끝에 드디어 박정수 교수님의 초진을 볼 수 있었다. 진료 전 수석 간호사 (?) 님께서 언제 처음 결절을 발견했고,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와 증상이 있는지 기본 이력을 여쭈어보셨고 기억나는 한도 내에서 모두 말씀드렸다. 잠시 뒤, 옆 진료실에서 박정수 교수님이 넘어오셨고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내가 가져온 진료 데이터를 보셨다. 모니터에 열려 있는 초음파 사진과 조직 슬라이드를 보시더니 사투리가 섞인 어조로 아주 자세하게 말씀해주셨다.

 

우리 XXX 씨는 갑상선 유두암이네. 다행히 왼쪽만 있고 요기... 하얀색으로 군데군데 퍼진 게 보이제? 이게 다 암의 씨앗 인기라. 이게 나중에 다 암이 된다. 크기는 0.7cm 좌엽 하부 하나와 상단에 0.28cm에도 뭔가 보이는데 이것도 아마 암일 끼다. 오른쪽은 깔끔 하이 왼쪽만 날리면 된다. 왼쪽에 있는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별일 없으면 (전이된 임파선 개수가 5개 이상이거나, 전이된 임파선의 크기가 0.5cm 이상인 경우에는 전절제) 왼쪽만 날리는 반절제로 갈 것이니 너무 걱정 말아. 내가 깨끗이 수술해줄게.

 

그러면서 갑상선 모형을 손으로 드시더니 현재 암의 위치를 알려주시면서 어떻게 수술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말씀해주셨다.

 

현재 암의 위치는 여기 (좌엽 하단)이고 초음파상 피막과 밀접하지만, 피막 침범까지는 안 한 것으로 보이네. 수술해봐야 알겠지만, 이거는 침범을 안 했을 가능성이 더 높아. 왼쪽 임파선도 초음파 상으로는 큰 문제없고 (왼쪽 목에 절개선을 그리시며) 최소 침습으로 3cm ~ 3.5cm 정도 절개하고 제거하면 되니 흉터도 크지 않고 큰 걱정 할 것 없다. (책상 아래에 있는 갑상선암의 병기를 가리키시며) 여기 보면 갑상선 유두암은 55세 미만의 경우 원격 전이가 있어도 최대 2기로 보거든. 이게 예전에는 45세 미만이었는데, 데이터를 보니 요즘 사람들은 55세 미만면 예후가 좋다고 나왔다... (중략)

 

진료에서 궁금한 사항 7가지를 휴대폰에 적어 왔는데... 7가지를 여쭤 보려고 했는데 15가지를 듣는 바람에 현재 내 상태에 대해서 궁금증이 그냥 시원하게 사라져 버렸다. 그러면서 교수님에 대한 믿음도 250% 정도 상승했다. 일산 차병원에서 수술 전 검사를 받고 그 데이터를 가지고 용인 세브란스와 분당 서울대 병원도 가보려고 했지만, 굳이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산 차에서 수술 전 검사를 받다

 

박정수 교수님의 진료를 보고 수술 전 검사를 받기 위해 안내 종이를 받고 상담실로 이동했다. 상담실에는 수술 스케줄을 잡아주시는 코디네이터 간호사분이 계셨다. 간호사 분의 질문 사항을 이것저것 답했고 안내 책자를 들고 상담실을 나왔다.

 

검사를 하기 전 중증 환자 등록을 위해 접수대로 향했다. 산정 특례 제도는 난치병이나 암처럼 진료비가 매우 비싼 질병에 대하여 국가가 5년 동안 진료비의 95%를 부담하는 제도로, 비싼 병원비를 지불하지 못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하는 대한민국의 의료 복지 제도이다.

 

 

말로만 듣던 산정 특례 대상에 내가 포함된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암울했다. 많고 많은 병중에 하필 암이라니... 국가에서 인증한 (?) 암환자라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산정 특례 등록 신청서를 접수대에 제출하고 수술 전 검사실로 향했다.

 

검사는 피검사, 심전도 검사, X-Ray, 조영제를 투여한 CT (목, 폐), 광범위 초음파 순으로 진행됐고, 사람이 많지 않아서 금방 진행됐다. 수술 전 검사는 내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몸 상태인지, 다른 질병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중요한 과정이다. 만약, 수술 전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온다면 이와 관련된 병과로 이동하여 외래 진료를 보고 재검사 및 치료를 한 후 수술 스케줄을 잡는다.

 

수술 전 검사에서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조영제를 투여한 CT 검사로 작년에 갑상선암 수술을 일산 차병원에서 받은 군대 후임이 부작용이 있었다고 하는 바람에 긴장한 채로 검사를 진행했다. 다행해도 투여한 조영제의 화학적인 냄새가 온몸에 나는 듯한 느낌을 제외하고는 부작용 없이 아주 무난하게 검사를 받았다.

 

 

수술 전 검사를 마치고 수술 날짜를 잡기 위해 상담실에 가려했으나, 점심시간이 되어 2시 이후에 다시 스케줄을 잡기로 하였다. 나도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병원 2층으로 내려가 매운 칼국수 하나를 주문했다. 최신식 병원이라 그런지 내부의 식당들도 깔끔하고 청결했다.

 

다만, 가게 주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직원들을 갈구는 소리가 상당히 거슬려서 밥을 먹는데 심기가 불편했다. 메뉴판 누가 건드렸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조금 짜증이 올라왔다.

 

 

밥을 먹고 있는데 코디네이터 간호사분에게 전화가 왔다. 수술 전 검사 자료 다 받았고 수술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달받았고 가장 빠른 날짜인 2023년 1월 18일에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상담 때 말씀드렸던 결혼식이 있으시니까 앞에 스케줄이 비워지면 나를 먼저 넣어주시겠다는 너무 감사한 말씀도 해주셨다. (실제로 취소된 수술이 생겨서 1월 초에 수술 예정) 이렇게 첫 번째 외래 진료가 마무리되었다.

 

집에 가기 전에 2층에 있는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고 안양 시청으로 향했다. 집이 아니라 안양 시청으로 출발한 이유는 바로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kim1124.tistory.com/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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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재귀 반사식 번호판 이슈 2020년 7월부터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재귀 반사식 필름 번호판. 유럽에서 사용 중인 반사식 번호판의 국내 버전으로 번호판 좌측에 파란색 태극 마크가 위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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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시청에서 번호판 교체를 신청한 후 오늘 가장 고생한 내 차 알리뷰도 세차장에서 깨끗하게 씻겨주었다. 이렇게 길고 긴 하루가 끝났다.

 

 

수술 전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다시 일산 차병원에 방문하다

 

일주일 뒤 수술 전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오후 반차를 사용하고 일산 차병원으로 향했다. 전화로 진료 결과를 듣기로 했지만 회사에 제출할 진단서도 받아야 돼서 병원으로 향했다. 

 

 

도착 인증 후 15분 정도 기다리자 김희준 교수님께서 수술 전 검사 결과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다.

 

피검사 결과 먼저 보면 콜레스테롤이 조금 높은 수준이긴 한데 수술에는 크게 지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칼슘 수치가 보통은 30이 정상 수치인데 우리 환우분께서는 23으로 낮게 측정이 되었어요. (비타민 D 영양제를 알려주시며) 여기 보시면 영양제에 함유량이 있는데 3000 IU 정도 되는 걸로 드시는 게 좋습니다. 만약에, 영양제가 이미 있으시면 3000 IU 정도로 맞춰서 드시면 됩니다. 초음파 결과를 보면 전이나 염증 같은 것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다만? 왜 갑자기 다만이지? 뭐 이상한 게 있나?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이게 CT 사진인데 보시면 갑상선 좌엽 아래에 임파선 전이가 보입니다. (뭔가 하얗게 빛나는 혹 덩어리를 가리키며) 보이시죠? 이게 임파선 전이인데 0.35cm 정도로 다행히 크기가 작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수술할 때 전절제를 하는 조건이 임파선 전이가 5개 이상이고 크기가 0.5cm 이상인 경우에는 전절제를 하지만, 지금 이 사진을 보면 다행히도 크기가 작아서 반절제로 갈 것 같네요. 하지만 이것은 수술할 때 절개해서 직접 봐야만 합니다. 보통 CT에서 전이가 발견되지 않아도 실제 수술에서는 전이된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그 아래쪽에도 작게 전이가 된 것으로 보이는 게 있습니다.

 

전이가 있다니... 갑상선 유두암은 다른 암처럼 전이의 속도가 매우 빠르지 않고 임파선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서 큰 문제는 아니라고 말씀해주셨지만 "전이"라는 단어가 내 멘탈을 흔들었다. 분명히 첫 외래 진료 때는 큰 문제가 없고 깨끗하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전이라니 하... 그나마 다행이라면 폐는 전이 없이 아주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만약, 폐까지 전이가 있었다면 아마 나는 결혼을 취소했을 것이다. 암에 걸렸어도 곁에서 기다려주는 예비 와이프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러면서 결혼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현실적이면서도 우울한 질문을 나에게 스스로 던졌다.

 

이후로 김희준 교수님께서 수술에 대해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고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나왔다. 일주일 전만 해도 반절제로 끝날 것 같았는데, 이제는 전절제를 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제발 전절제만은 피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쇄골 부위가 괜히 아픈 거 같고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 같고 계속 신경이 쓰인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 일단 비타민 D 영양제를 구매했다. 나는 알약을 먹지 못하는 보기 드문 성인이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씹어먹는 맛있는 영양제로 구매했다. 만약, 전절제를 하게 된다면 캡슐 알약으로 돼있는 방사선 알약을 먹어야 하는데... 어떡하지 ㅠㅠ 아 대체 나는 왜 알약을 먹지 못하는 것인가?

 

 

이제 수술까지 남은 기간이 한 달도 되지 않는다. 인생 처음으로 큰 수술이고 그게 암을 제거하는 수술이라는 것이 무섭고 두렵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실제로는 얼마나 많이 퍼져 있을까?라는 전이에 대한 두려움이다. 전이의 범위가 크면 갑상선 모두를 제거하고 평생 약을 먹고살아야 하며, 삶의 질은 어쩔 수 없이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약을 못 먹는데... 방사선 치료는 어떻게 해야 될까? 나는 알약을 왜 먹지 못하는 거지? 못 먹으면 나중에 결국 재발하겠지? 대체 어떻게 해야 알약을 잘 먹을 수 있는 걸까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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