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수술 후 첫 외래 진료와 보험 청구에 필요한 서류 발급하기

2023. 1. 26. 20:16이렇게 살고 있어요/내 몸에 암세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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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에 대한 최종 진단은 수술 후 첫 외래에서 받는다


수술 후 2주 뒤 첫 외래 진료 시간이 다가왔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암수술의 경우에는 수술 전까지는 임상적 진단이라는 추측성 진단이 나오고, 수술 과정에서 제거한 종양 조직으로 조직 검사를 시행하여 최종적으로 확진 여부를 결정하는 순서대로 진행된다. 정리하자면 암환우에게 첫 외래 진료는 최종적으로 암환자가 되었음을 주치의에게 통보받고 수술 결과, 현재 몸상태, 향후 치료 계획을 듣는 중요한 과정이다.

대부분의 갑상선암 환우들은 수술 후 첫 외래 진료에서 피검사를 진행할 것이다. 특히, 갑상선 반절제 환우들의 경우에는 피검사가 필수인데 절반만 남은 갑상선 조직이 정상적으로 호르몬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선이 절반이 제거되었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갑상선 저하증이 올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6개월 간격으로 신지로이드라는 호르몬 약을 매일 먹어야 하기 때문에 피검사를 통한 호르몬 측정은 필수이다.

나 같은 경우에도 진료 2시간 전에 병원에 도착해서 피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받았기 때문에 서둘러 집에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 후 2주간 생활하면서 딱히 부작용은 없었기 때문에 절반만 남은 오른쪽 갑상선이 정상적으로 일하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일산 차병원. 가장 먼저 5층에 있는 채혈실에 가서 피를 뽑았다. 피 뽑는 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피부를 파고드는 바늘이 그리 아프지 않았다. 수술용 대바늘에 비하면 채혈 바늘 정도는 뭐... 주사 바늘이 살을 파고드는 통증이 익숙해지다니 뭔가 씁쓸하다.

 


채혈 후 병원 3층에 있는 식당에 가서 삼계죽 하나를 사 먹고 라운지에서 앉아서 유튜브를 봤다. 진료 30분 전이 되자 갑상선암 센터로 이동하여 진료를 기다렸다.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수많은 환우들을 볼 수 있었는데, 놀랐던 것은 대부분 나보다 어리거나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는 것이다. 갑상선암 환우가 이렇게 많았나... 그것도 20 ~ 30대에서 이렇게 많이? ㄷㄷ...

 


30분이 지나자 내 진료 차례가 되었고 5번 진료실에서 박정수 교수님을 뵈었다. 박정수 교수님은 처음에 수술 결과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진료 차트를 가리키며) 여기 보면 왼쪽 위에 0.3cm, 아래에 0.7cm 종양들이 암으로 나왔네. 그리고 초음파에서는 보이지 않았는데 CT에서 나왔던 림프절 전이도 0.4cm, 0.25cm 이렇게 두 개 나왔네. 중앙 림프절 3개를 제거했고 그중에서 2개가 전이되었어. 하나가 좀 만 더 컸으면 전절제 할 뻔했어. 그래도 XX 씨는 다행히 반절제로 깔끔하게 잘~ 끝났다 잉?


수술 결과는 남은 암세포 없이 깔끔하게 성공! 이제 재발만 안 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피검사를 보면... 여기 보면 호르몬 수치가 아주 약간 낮아. 6개월 정도 호르몬 약을 복용해야 할 것 같네. 몸무게가 59 키로면 신지로이드 0.0375mg 6개월간 복용하자잉. 그리고 중성 지방이랑 콜레스테롤이 좀 높으니까 운동 열심히 하고 오메가 3 많이 먹고 끝!!


피검사 결과 아쉽게도 반쪽만 남은 오른쪽 갑상선이 열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르몬 수치가 약간 낮게 나왔다. 아쉽지만 6개월간 신지로이드를 복용하기로 했다. 그래도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남은 암세포들도 깨끗하게 제거했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는 안심했다. 교수님이 진료실에서 나가신 후 간호사님이 수술 흉터 관리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이제 방수 테이프 없이 샤워하셔도 되고요. 여기 보시면 메디폼과 흉터 연고를 처방해 드릴 거예요. 근데, 이게 보험이 안 돼서 조금 많이 비싸세요. 메디폼과 연고 합쳐서 17만 원이고 외래 진료 계산하실 때 결제해 주시면 돼요. 메디폼은 상처 부위를 다 덮을 필요는 없고 절개 부위만 살짝 덮으시면 되고 연고는 하루에 한 번씩 얇게 펴서 발라주세요. 가능하면 햇빛은 1년간 막아주시는 게 좋아요~


메디폼은 아래와 같이 넓적하게 생긴 밴드인데 절개선을 가릴 정도만 얇게 잘라서 환부에 붙여서 사용한다. 한번 쓰고 버리는 밴드가 아니며 최대 일주일간 재사용이 가능하다. 집 안에서는 절개선을 드러낸 채로 생활하다가 외출할 일이 생기면 붙이면 된다. 재사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관할 때는 락앤락과 같은 밀폐 용기에 보관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연고는 절개선에 켈로이드 현상이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며 하루에 1번에서 2번 정도만 환부에 발라주면 된다.

 


간호사님에게 환부 관리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진료실을 나왔다. 내 뒤에 무려 9명이나 되는 환우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모두 잘 치료되기를 바라며 의무기록사본 청구 센터로 향했다.

 

복잡한 보험 청구 서류 발급받기


첫 외래 진료에서 가장 힘든 과정은 관련 서류를 발급받는 것이다. 대부분의 환우들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을 것이고, 가입된 보험 약관에 따라 입원비, 수술비, 진단금을 받기 위해서는 보험사가 요구하는 서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마다 필요 서류에 대해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아래와 같은 서류만 있으면 된다.

 

1. 진단서 (필수)


최종 진단서에는 아래와 같이 최종 진단 여부, 질병 코드, 진단일, 수술 내용과 주치의 소견, 입 / 퇴원일 정보가 모두 들어있다. 간혹, 입 / 퇴원 정보가 빠진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입 / 퇴원 확인서를 따로 발급받아야 한다. 또한, 진단서에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면 수술 확인서가 추가로 필요하다.

갑상선 유두암의 질병 코드는 C73이고 만약에 나처럼 전이가 있다면 C77 코드가 추가된다. 가입한 보험이 2012년 이전의 보험이라면 전이 코드가 있는 경우 소액암이 아닌 일반암으로 진단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주치의에게 전이가 있었다고 들었다면 진단서에 전이 코드가 같이 기록되었는지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자. 만약, 전이 코드를 같이 받았다면 현재 가입한 보험 약관을 꼼꼼히 살펴서 원발암 규정 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2. 입 / 퇴원 확인서 (옵션)


가입된 보험에 입원비 지원 약정이 있는 경우에 필요하다. 진단서에 같이 포함된 경우에는 굳이 발급받지 않아도 된다.

 

3. 수술 확인서 (옵션)


진단서에 수술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의무기록사본 창구에서 따로 발급받아야 한다. 진단서에 아주 간단하게 작성되어 있어도 인정되기 때문에 진단서 발급 시 반드시 수술 내용을 넣어달라고 요청하자. (위의 진단서의 경우에는 좌측 갑상선 반절제술 및 중심 구획 경부 림프절 청소술 시행이라는 부분이 수술 확인서를 대체함.)

 

4. 조직검사지 (필수)


병원의 의무기록사본 창구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창구에 가면 의무기록사본 중에서 조직검사지만 달라고 요청하면 따로 뽑아준다. 진료실에서 조직 검사지를 달라고 하면 창구로 안내할 것이다. 의무기록사본에는 환우가 처음 병원을 방문한 시점을 기준으로 진료 차트, 수술 내용, 조직 검사지 등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보험 청구 용도로 발급받을 때는 반드시 조직검사지만 따로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만약, 병원 또는 의사가 신뢰가 되지 않거나 해당 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울 경우에 전원을 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의무기록사본 전체를 발급받아서 전원 할 병원에 가져가야 한다.

 

5. 각 보험사별 보험 청구서 / 신분증 사본 (필수)


각 보험사마다 청구서 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보험사별로 청구서를 작성해야만 한다. 보통, 보험사 고객센터 앞에 청구서 양식이 모두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보험사 고객 센터에 가서 작성하면 된다. 시간상 여유가 없고 집에서 프린트가 가능하다면 각 보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청구서를 프린트하여 작성하면 된다.

신분증 사본은 고객센터에 가서 신분증을 제출하면 복사해 준다. 시간이 없어서 서류만 빨리 내야 하는 경우에는 미리 복사하여 가져가도 상관없다.

 



위의 서류를 모두 발급받았다면 보험사 고객센터로 가면 된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3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청구할 때는 모바일로 신청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고객 센터 대리점으로 가서 직접 서류를 제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진료 후 빠르게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 고객센터로 달려간다면 진료 당일날 청구 접수가 가능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조직검사지가 의무기록사본에 포함되어 있는 것인지를 모르고 전부 다 달라고 했다가 반뼘 정도 되는 엄청난 두께의 원본을 받고서 멘붕이 왔다. 보험사 고객센터에 따로 전화해서 문의한 결과 원본은 필요 없고 조직검사지만 있으면 된다고 해서 다시 청구 센터에서 기다리고 서류를 재발급받는데 많은 시간이 걸려서 당일날 보험 접수를 할 수 없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나와 같은 바보짓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보험사 청구 용도로 발급을 받아야 한다면 반드시 조직검사지만 따로 달라고 요청하자.

 

암환우라면 장애인 증명서를 발급받아 연말 정산 때 공제받자


보험사 청구 서류를 모두 발급받았다면 병원을 나서기 전에 장애인 증명서를 발급해 달라고 요청하자. 암환우라면 국가에서 인정하는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 환자로 등록이 되기 때문에 최대 200만 원의 인적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증명서를 요청하면 아래와 같은 양식의 서류를 발급해 준다. 해당 서류를 회사에서 연말 정산을 할 때 인적 공제 변동란에 체크하고 원본 서류를 제출하면 이후에는 자동으로 정해진 기간 동안 인적 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한 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면 장애인 증명서가 나왔다고 해서 장애인 복지법에 해당하는 중증 장애인으로 등록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증 장애인에 등록되면 복지 카드를 발급받아서 세금, 요금 등의 여러 혜택이 주어지지만, 암환우의 경우에는 세법상 소득 공제 혜택을 받는 장애인으로만 등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환우들은 복지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으며 연말 정산 시 세금 혜택만 받을 수 있다. 아래의 글을 읽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장애인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해서 어디 가서 장애인 주차 라인에 주차를 하는 등의 잘못된 행동은 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벌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외부 약국에 가서 호르몬약 (씬지로이드) 수령하기


보험 청구 서류를 모두 발급받은 후 병원 밖으로 나왔다. 6개월간 먹어야 하는 호르몬 약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병원 내에 있는 약국에서는 호르몬약을 팔지 않기 때문에 외부 약국에서 구입해야만 했다. 약국에 들어가서 처방전을 내고 1분 정도 기다렸다. 약사님이 내 이름을 호명했고 씬지로이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약을 수령했다. 씬지로이드 2통의 가격은 천이백 원으로 매우 저렴했다. 암환자는 산정 특례 대상이기 때문에 진단된 암과 관련된 약품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씬지로이드라고 불리는 이 약은 알약을 잘 먹지 못하는 나도 한 번에 삼킬 수 있을 만큼 굉장히 작은 알약이다. 물론, 환우의 상태에 따라 용량이 다르게 결정되며, 약의 크기도 용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오른쪽에 갑상선 절반이 남아 있기 때문에 호르몬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은 아니라서 매우 적은 용량의 씬지로이드를 처방받았다.

씬지로이드는 잠에서 깨자마자 바로 한 알을 복용해야 하며 복용 후 1시간 동안은 음식 섭취를 금지한다. 영양제의 경우에는 씬지로이드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복용 후 2시간 이후에 영양제를 섭취하도록 한다.

씬지로이드를 먹지 않으면 얼굴 부종, 체중 증가, 피로 증대, 기억력 감소 등의 갑상선 저하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과다 복용할 경우에는 체중 감소, 심박수 증가, 불안 / 초초함, 피로 증대 등의 갑상선 항진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금까지 갑상선 절제술 후 첫 외래 진료 > 보험사 청구 서류 발급 > 연말 정산용 장애인 증명서 발급 > 호르몬약 수령 과정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보험사 청구 과정과 환우들이 가장 걱정하는 보험사 손해사정사 실사 대응 후기에 대해 작성해 보도록 하겠다. 전국의 수많은 갑상선암 환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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