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0. 21:28ㆍ의식주차 그리고 여행/차
불량 재귀 반사식 번호판 이슈
2020년 7월부터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재귀 반사식 필름 번호판. 유럽에서 사용 중인 반사식 번호판의 국내 버전으로 번호판 좌측에 파란색 태극 마크가 위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의 자동차 번호판처럼 드레스업 효과를 내어준다는 점이 자동차를 좋아하는 차주들에게 합법적인 드레스업 아이템으로 인식되어 신차를 출고할 때 태극 마크 번호판을 장착하거나, 기존에 있는 차량의 번호를 다시 재발급받아서 장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한국형 반사식 번호판에는 초기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 자동차 번호판이라는 것이 식별을 하기 위한 ID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식별을 하지 못할 정도로 품질이 떨어지는 말도 안 되는 결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필름식 번호판의 대표적인 결함 두 가지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로, 반사식 번호판이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받을 경우 기준보다 훨씬 낮은 반사율로 인해 단속 카메라에 걸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차주들에게는 단점 아닌 장점 (?) 일 수도 있겠지만, 해당 차량이 범죄에 연루되었을 경우 추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심각한 결함이다.
어이가 없는 부분은 반사되는 빛의 세기가 정부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해 반사식 번호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반사판 번호판을 제작하는 회사에서는 정부 기준을 통과했다고 주장했지만, 테스트 결과 정부에서 정한 기준 값보다 못한 경우가 많거나 들쭉 날쭉한 전형적인 품질 불량을 보여주었다.
이 문제를 처음으로 제보한 미디어 오토의 장진택 기자님은 이 일로 인해 제조사에게 소송을 당하는 등 엄청난 고생을 하시기도 했다. (결론은 번호판 불량이 맞았고 미디어 오토가 최종 승소했다. 이후에 국토부 장관이 바뀌고 나서 직접 가서 사과를 했다. 공익 제보자가 고소를 당하고 승소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런 사건은 우리나라 사회를 좀먹는 가장 더러운 악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EkFMDG4yX_8
두 번째로, 시간이 지나면 번호판의 필름이 뜯어지고 훼손돼서 번호판을 식별하기 힘들어진다. 아마 길거리에서 번호판의 필름이 뜯어진 채로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차들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차 역시 필름이 뜨기 시작해서 그 사이로 이물질이 들어가다 보니 아래 사진과 같이 번호판 숫자 주변에 변색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번호판 필름이 뜯어진 채로 도로를 달리다가 신고를 당해 차주가 과태료를 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현행 자동차 관리법은 등록 번호판을 가리는 행위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하거나 그런 자동차를 운행한 경우 1차 과태료 50만 원이 부과되고, 1년 이내에 2차 적발 시 150만 원, 2차 이상 적발되는 경우에는 25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토록 하고 있다. 즉, 불량 반사식 번호판을 달고 계속 돌아다니면 수십만 원 이상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8PNOvp_Ygqs
품질 테스트를 제대로 안 한 제조사와 대충 허가를 내준 정부 기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인해 반사식 번호판을 장착한 차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마저도 차주에게 발급 비용을 부과하고 교체해줬지만, 언론을 통해 해당 결함이 이슈화되자 불량 번호판에 한해서 무상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불량 재귀 반사식 번호판 무상으로 교체하는 방법
위에서 말한 불량 번호판을 무상으로 교체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순서대로 진행하면 쉽게 무상으로 교체받을 수 있다.
1) 신분증, 차량 등록증, 훼손된 차량 번호판 사진을 미리 준비한다.
2) 차량 등록증을 확인해서 최초에 등록된 등록 사업소가 어디인지 확인한다. 자동차 등록증 하단에 보면 직인이 찍혀있는 부분에 "XX 시청" 또는 "XX 군청"과 같이 최초에 등록된 기관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곳으로 가면 된다. 차량이 최초로 등록된 사업소에서만 무상으로 교체해준다. 최초 등록 사업소와 다른 곳으로 가는 경우에는 번호판 재발급 비용이 청구된다. 대신, 환급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한다.
3) 등록 사업소에 방문하여 등록 번호판 재발급 신청서를 작성한다. 이 신청서는 등록 사업소에 가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므로 찾아서 작성하거나 직원에게 말해서 신청서를 달라고 하면 된다. 작성하는 내용은 기본적인 인적 사항과 차량 등록 번호 정도만 적으면 되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재발급 사항에 반드시 앞 / 뒤 번호판 두 개 모두 신청한다.
4) 담당자에게 번호판 불량으로 인한 재발급이라고 반드시 말한다. 번호판을 재발급하는 경우가 불량 번호판 외에도 사고 또는 차주의 부주의로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불량 번호판으로 인한 재발급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때, 훼손된 번호판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훼손된 번호판 사진을 찍어놓자.
5) 번호판 재발급 신청이 완료되면 하루 뒤에 등록 사업소에 가서 새 번호판 가지고 교체한다. 이때, 기존 번호판은 담당자에게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
새로운 반사식 번호판으로 교체된 내 말리부 사진. 외관도 번쩍이고 번호판도 새 거로 교체하니까 신차 출고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귀찮은 작업이긴 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긴 하네...
위와 같은 순서대로 교체를 진행하면 어렵지 않게 무상으로 새로운 반사식 번호판을 장착할 수 있다. 번호판 교체는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작업이지만, 차주가 따로 시간을 내어 방문하고 교체해야 한다. 즉, 차주 입장에서는 이 단순한 과정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것이다. 일도 바빠 죽겠는데 이런 쓸데없는 일 때문에 번거롭게 시간을 내는 것은 여간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조사가 만드는 제품에는 결함이 있을 수 있고 사람이 하는 일에는 실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공익 신고자를 고소하거나 나 몰라라 하는 식의 일처리 방식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 공익 제보자가 도리어 고소를 당해 피해를 보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은 우리 사회를 좀먹어가는 악습이자 찌질한 복수일 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금 더 엄격한 품질 관리와 사후 처리 방법이 조금이나마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