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5. 17:55ㆍ의식주차 그리고 여행/차
3줄 요약
1.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는 LT 또는 프리미어 트림 외에는 사치다.
2.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 AWD 모델은 강력하게 비추천한다. 가격부터 상품성까지 사야할 이유를 찾기가 더 힘들다.
3. 쉐보레는 아무래도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를 국내에 팔 마음이 전혀 없는 듯 하다. 그러므로 다른 차량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2023년 3월 22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만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쉐보레의 야심작 트랙스 CUV가 국내에 출시되었다. 트랙스 CUV는 잘생긴 외관 디자인, 급을 뛰어넘는 커다란 차체 크기,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풍부한 편의 사항을 탑재하면서도 풀옵션 가격이 3천만 원을 넘지 않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트랙스 CUV는 높은 상품성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사전 계약 대수가 일주일 만에 만대를 돌파하였으며, 고객에게 본격적으로 인도가 시작된 4월부터는 꾸준히 월 3천대 이상의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소형 SUV 판매 2위를 차지하며 점유율 만년 꼴찌를 하고 있던 쉐보레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트랙스의 성공으로 쉐보레 대리점에서는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는데, 트랙스 CUV 옆에 나란히 전시되고 있었던 형제차인 트레일 블레이저도 덩달아 관심이 높아지면서 판매 간섭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와 다르게 판매량이 증가하였다. 트랙스 CUV는 한국 GM의 구원 투수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기대감이 높았던 트레일 블레이저 페이스 리프트
트랙스 CUV의 성공으로 많은 매체에서는 쉐보레가 한국에서 장사할 마음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며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게 되었다. 쉐보레가 해외 생산 공장을 너무 많이 철수시켜서 한국을 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고, 중국을 믿지 못해 한국에서 좀 더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는 등 수많은 추측이 난무했다. 어쨌든 쉐보레를 좋아하는 국내 팬들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평가와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트랙스 CUV 다음으로 출시할 새로운 자동차는 트레일 블레이저의 상품성 개선 모델로 2023년 7월에 출시가 예정되어 있었다. 현행 트레일 블레이저의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실내 구성과 부족한 편의 장비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었기에 쉐보레 팬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트랙스 CUV가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트레일 블레이저의 상품성 개선 모델도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무엇보다 트랙스 CUV에 탑재된 쉐보레 최초의 오토 홀드 기능과 2열 에어벤트는 이전 모델부터 꾸준히 추가를 요청하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트레일 블레이저의 상품성 개선 모델에는 적용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아랫급이라고 알려진 트랙스 CUV의 상품성과 가격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트레일 블레이저 상품성 개선 모델을 구매하려는 예비 오너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출시 당일 공개된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의 가격표
출시 당일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의 가격표가 공개되었다. 출시 초기에만 명목상 유지되었던 LT 트림이 다시 부활했는데 가격표가 잘못됐나 싶을 정도로 매우 높은 2,699만 원이라는 황당한 가격이 책정되었다. 심지어 새로운 장치가 추가된 것이 아닌 이전 트레일 블레이저의 옵션을 재구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힘든 가격과 구성으로 출시되었다.
1) LT 트림 분석
LT 트림에서 추가된 기본 장치는 8인치 컬러 디스플레이 계기판, 11인치 터치 스크린 헤드 유닛, 무선 스마트폰 미러링, 인조 가죽 시트, 후방 카메라, LED 프로젝션 헤드램프 정도로 추가된 옵션을 감안하면 200만 원 이상의 가격이 인상된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이전에 기본으로 적용되었던 ECM 룸미러 / 하이패스 결제 시스템은 "드라이브 어시스트 패키지" 라는 105만 원짜리 패키지에 묶여 있다.
LT 트림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부분은 옵션으로 제공하는 "드라이브 어시스트 패키지" 와 "컴포트 패키지" 를 넣으면 상위 트림에서 제공하는 고급 옵션들을 3천만 원 언더의 가격으로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 하나뿐이다. LT 트림에서 이 두 가지 옵션을 모두 넣으면 2,919만 원이라는 높은 가격이 나오는데 그나마 3천만 원이 넘지는 않았으니까 ;; 이걸 장점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인지 난감할 뿐이다. 하지만 LT 트림에는 함정이 숨어있다. 그 함정이 무엇인지는 아래의 프리미어 트림을 분석하며 알아보자.
2) 프리미어 트림 분석
개인적으로 가성비가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프리미어 트림의 가격은 LT 트림보다 100 만 원 높은 2,799만 원으로 LT 트림에서는 모든 옵션을 넣어도 선택할 수 없는 여러 옵션이 추가된다. 프리미어 트림에서는 기본적으로 인텔리전트 하이빔, 다이아몬드 컷팅 디자인이 적용된 17인치 휠, 외관 장식, 루프랙, 선바이저 조명, 6개의 스피커가 추가된다. 여기에 동급 SUV 자동차에는 없는 "파노라마 선루프" 를 선택할 수 있으며, 컴포트 패키지를 추가하면 "프로젝션 전동 트렁크" 가 추가되는 것도 괜찮은 구성이다.
프리미어 트림에서 파노라마 선루프를 제외한 "컴포트 패키지" 와 "드라이브 어시스트 패키지" 를 넣으면 2,989만 원으로 LT 트림에 동일한 옵션을 넣은 것과 70만 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위에서 LT 트림은 함정이라고 말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70만 원 차이에는 프리미어 트림에 추가되는 옵션뿐만 아니라 "프로젝션 전동 트렁크" 까지 포함된 가격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옵션 구성이라고 생각된다. 전동 트렁크를 튜닝샵에서 장착하면 최소 50만 원 정도는 내야 한다.
사실상 프리미어 트림이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의 가성비 트림이자 기본 트림이나 다름없다. 이런 식의 함정 카드를 넣을 바에 LT를 빼버리고 프리미어 트림을 기본으로 정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굳이 억지로 값비싼 깡통 트림을 넣어 놓고 자동차의 가격을 조금이나마 싸게 보이게 하려는 쉐보레 특유의 이해할 수 없는 가격 정책이 신차인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에도 적용되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프리미어 트림의 옵션 구성은 괜찮은 편일까? 개편된 프리미어 트림에서는 이전 모델의 프리미어 트림에서 선택이 가능했던 AWD 패키지를 선택할 수 없다. AWD 옵션에는 9단 자동 변속기, 스위처블 AWD 시스템, 후륜 Z링크 서스펜션, 7 스피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나마 가성비로 어필할 수 있는 프리미어 트림에서 SUV의 상징과도 같은 4륜 구동 옵션을 선택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아쉽다.
사실상 트랙스 CUV의 상위 트림인 ACTIVE와 RS 트림과 비교 시 2열 열선 시트 기능을 제외하면 오히려 가격만 비싸고 옵션만 더 빠지는 샘이다. 이쯤 되면 "국내 소비자는 트랙스 CUV를 사세요~" 라고 광고하는 것이 다름없다. 쉐보레에서 말했던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는 트랙스 CUV와는 다른 전통적인 SUV다." 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AWD 패키지는 최소 프리미어 트림부터 선택이 가능하도록 가격표를 구성했어야 했다.
3) ACTIVE / RS 트림 분석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의 가장 높은 트림인 ACTIVE와 RS의 가격표를 살펴보자. 가장 높은 트림임에도 불구하고 트랙스 CUV에 기본 적용되었던 주행 보조 장치들은 물론이고 추가될 것으로 기대했던 오토 홀드와 2열 에어 벤트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거기에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있는데...
쉐보레 순정 내비게이션이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에서는 삭제되었다! 거기에 이전 트레일 블레이저에서 호평받은 옵션인 HUD도 같이 삭제되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에서 피해야 할 트림은 개인적으로 ACTIVE와 RS다. 가장 높은 트림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주행 보조 장치는 여전히 "드라이브 어시스트 패키지" 옵션에 묶여 있으며, 오토 홀드도 없고, 2열 에어벤트도 없다. 프리미어 트림에 옵션 2가지를 넣은 것과 옵션 차이가 거의 없을뿐더러 구형 트레일 블레이저에 기본으로 넣어주던 텔레나브 내비게이션도과 HUD도 삭제되어 추가할 수 없다.
여기에 ACTIVE와 RS에만 선택할 수 있는 "프리미엄 패키지" 옵션에 "프로젝션 전동 트렁크" 를 인질로 잡아 놓고 100만 원을 지불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드라이브 어시스트 패키지" 는 최신 자동차라면 필수 옵션이므로 80만 원은 추가로 지불한다고 가정하면 ACTIVE와 RS 트림의 가격은 사실상 3,179만 원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프리미어 트림에서 선택할 수 없었던 AWD 패키지는 오로지 ACTIVE와 RS 트림에서만 선택이 가능하다.
구형 트레일 블레이저의 경우 가장 높은 트림이었던 RS에 미드나잇 패키지를 제외한 모든 옵션을 선택하면 3,260만 원이다. AWD 패키지에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모든 옵션을 추가했음에도 불구하고 3,200만 원 중반인데,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는 동일하게 옵션을 구성하면 (RS 트림 + 드라이브 어시스트 패키지 + 프리미엄 패키지 + AWD 패키지 + 파노라마 선루프) 3,634만 원이라는 소형 SUV 기준으로 보면 너무나 비싼 가격이 돼버린다. 3,634만 원이면 한 등급 높은 준중형 SUV인 투싼이나 스포티지도 상급 옵션으로 구성할 수 있는 가격이다.
지금까지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를 향한 여론이 좋지 않은 이유는 차량의 등급과 상품성에 맞지 않는 너무나 비싼 가격 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솔직히 눈에 띄는 상품성 개선이 없는 소형 SUV에 3,600만 원 이상을 지불한다는 것은 정말 팬심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솔직히 나라면 같은 돈이라면 투싼이나 스포티지 상급 트림을 구매할 것 같다.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에 3,600만 원을 쏟을 바에 더 크고, 더 편안하고, 기본기도 좋은 준중형 SUV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스포티지 1.6 터보 노블레스 그래비티 트림 3,066만 + 드라이브 와이즈 99만 + 12.3인치 내비게이션 93만 + 하이테크 74만 + AWD 198만 원으로 조합하면 3,530만 원으로 풀옵션의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의 RS 풀옵션 보다 100만 원 가까이 싸지만 옵션은 훨씬 많다.)
만약,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의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쉐보레 대리점에 연락해서 구형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 전시차가 있는지 확인해 보자. 기회가 있으면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를 시승해 보고 달라진 점을 찾아보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보에 의하면 사실상 큰 변화를 느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럴 바에 가성비가 좋았던 구형 트레일 블레이저를 노리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빨리 대리점에 연락해서 재고차 혹은 전시차가 있는지 확인하고 빠르게 계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니면 다른 브랜드의 준중형 SUV 견적을 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기대가 크면 실망감도 큰 법... 그런데 이건 도가 지나쳤잖아!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의 예상 디자인을 보며 이전 모델과 비교했을 때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원래 쉐보레가 페이스 리프트를 한다고 해서 현대 / 기아 자동차처럼 신차급의 변화를 주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쉐보레 차만 타고 있는 진성 쉐슬람의 경험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판매 모델 중에서는 트랙스 CUV와 더불어 가장 경쟁력 있는 자동차였기 때문에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다. 아니 이건 기대가 커서 실망감이 큰 게 아니라 도가 지나치다. 경쟁사의 한 등급 높은 준중형 SUV와 가격이 비슷하거나 더 비싼 수준이기 때문에 사실상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다 못해 가격이라도 비싸면 기존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이라도 추가하는 등의 개선의 의지라도 보였다면 마음으로 (?) 이해라도 하겠지만 그런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상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는 수출에 집중하겠다." 라는 쉐보레의 숨은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경쟁사의 투싼이나 스포티지뿐만 아니라 르노 코리아의 QM6, KG 모빌리티의 토레스랑 비교해도 가격은 비슷한데 옵션을 포함한 전반적인 상품성은 가장 떨어진다. 변명이라고 나오는 것들이 트랙스 CUV가 너무 저렴해서 가격 편차를 올려야 했다,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는 사실상 준중형 SUV다 (?)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말들만 나오고 있는데 쉐보레 자동차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너무나 안타깝고 화가 날 따름이다.
2025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는 좀 더 가성비 있게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지금까지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의 가격표에 대해 알아보았다. 기대를 많이 했던 자동차인데 현재 상황을 보면 앞날이 훤히 보이는 게 마치 내가 타고 있는 더 뉴 말리부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출시 초반에 잠깐 반짝하고 팔리다가 곧 월 1,000대 미만으로 떨어지기 시작하고 내년에는 한 500대 전후로 판매되겠지. 현재 쉐보레에서 그나마 경쟁력이 높은 자동차 중 하나인 트레일 블레이저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의 가격표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으로 글을 작성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연식 변경을 통해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부족한 부분이 개선이 되어 기대 이하의 처참한 판매량으로 기록되지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달려 있으면 오토 홀드 정도는 쉽게 구현이 가능하니 내년 연식 변경 때 기본으로 넣어주길 기대해 본다.
연식 변경 때 가격을 낮추지 못한다면 트림별 구성이라도 좀 바꿔서 지금보다 경쟁력 있는 소형 SUV로 판매되어 국내 도로에서 많이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솔직히 위에서 욕을 많이 하긴 했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가 가장 멋있는 소형 SUV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ACTIVE 새비지 블루 투톤 미쳤다. 진짜 팬심으로 사고 싶을 정도인데 가격이 도저히...)
오늘은 여기까지이며 다음에는 어떤 신차를 분석해 볼까? 고민하며 신차 분석 첫 번째 글을 마친다.
3줄 요약
1.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는 LT 또는 프리미어 트림 외에는 사치다.
2.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 AWD 모델은 강력하게 비추천한다. 가격부터 상품성까지 사야할 이유를 찾기가 더 힘들다.
3. 쉐보레는 아무래도 더 뉴 트레일 블레이저를 국내에 팔 마음이 전혀 없는 듯 하다. 그러므로 다른 차량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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