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1DD 최강자? 최상급 이어폰의 기준을 잡다. 젠하이저 IE900 인이어 이어폰 사용 후기

2023. 5. 5. 22:08나름 써본 개발자 리뷰/음향 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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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질렀다. 이어소닉스 스타크를 지른 지 1년이 약간 지난 시점에 참지 못하고 질러 버렸다. 거의 1년마다 새로운 이어폰을 구매하는 것 같은데 이번에 구입한 모델은 너무 궁금해서 지를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 리뷰 기준 하나쯤은 꼭 가지고 있어야 할 이어폰 1위, 음감 카페에서도 플래그쉽 이어폰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꼭 언급되는 이어폰, 내구성이 좋지 않아 별명이 개복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매물을 구하지 못해 (중고 기준) 애태우는 이어폰, 이 녀석을 판매한 사람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녀석이 내주는 소리를 못 잊어 장터를 뒤지고 있는 오늘의 주인공!

 

오디오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들어 봤을 법한 오디오 3대장 젠하이저의 플래그쉽 인이어 이어폰 IE900에 대해 지금부터 알아보자.

 

 

믿고 쓰는 젠하이저?

 

젠하이저는 본격적인 음악 감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정도로 유명한 브랜드이다. 음향 업계 종사자들이 공식처럼 사용하고 있는 젠하이저의 레퍼런스 헤드폰인 HD 시리즈와 레퍼런스 인이어 이어폰인 IE 시리즈는 물론이고,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고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멘텀 시리즈까지 굉장히 폭넓은 사용자 층을 가지고 있는 독일의 오디오 브랜드이다.

 

 

젠하이저라는 이름은 이미 이쪽에서는 "믿고 쓰는 젠하이저" 라고 불릴 정도로 소리에 있어서 만큼은 어느 브랜드 보다 안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젠하이저의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모험이 아닌 보험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모든 제품이 안정적이고 좋은 음질을 겸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출시한 인이어 시리즈인 IE300, 600, 900의 사운드는 동가격대 최강의 레퍼런스 이어폰으로 불리고 있는 만큼 반드시 들어봐야 할 이어폰으로 추천을 해도 부족하지 않다.

 

다만, 갑작스럽게 오른쪽 유닛이 사망하는 유닛 사망 현상, 기본 케이블의 단자 접촉 불량으로 인한 끊김 문제, 원래 말이 많았는데 코로나 19를 핑계로 AS 센터의 문을 닫고 메일로만 단방향 소통하는 극악의 국내 AS 등으로 인해 젠하이저의 좋았던 이미지가 나락을 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그나마, AS 센터의 경우 소통이 어려워서 그렇지 수리나 교환은 쉬운 편인데, 내구성의 경우에는 제조 공장이 아일랜드로 바뀐 이후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여서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미 "개복치"로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유닛 급사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 하루빨리 젠하이저의 제조 과정이 안정화를 찾기를 바라본다.

 

IE 시리즈의 새로운 별명 개복치. 이대로 놔둬도 될까...?

 

젠하이저 IE900의 특징

 

오늘 살펴볼 IE900은 기존 플래그쉽 이어폰인 IE800 출시 이후로 무려 10년 만에 출시한 풀체인지 이어폰으로, 대부분의 종결기 이어폰들이 채택하고 있는 다중 BA 드라이버 또는 하이브리드 / 트라이브리드 드라이버 구성이 아닌 일반적인 이어폰에서 채택하고 있는 7mm 1DD 드라이버를 채택하고 있다.

 

원래 전통적으로 1DD 드라이버만을 고집하는 젠하이저이기에 그리 놀랄만한 구성은 아니지만, 1DD의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과연 멀티 드라이버 이어폰들과 비교했을 때 플래그쉽 다운 맑고 깨끗한 사운드를 들려줄까? 라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밑에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IE900에는 트리플 챔버 업소버라는 새로운 구조가 적용되었다. 아무래도 1DD만으로는 분리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인지, 아래와 같이 이어폰 내부에 3개의 챔버 구역을 나누어 공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식으로 약점으로 작용되던 중음과 저음의 분리도를 끌어올리는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이 트리플 챔버 기술은 젠하이저의 IE 시리즈 중에서 유일하게 IE900만이 적용된 기술이다.

 

 

IE900은 3D 프린터로 대량 생산되는 하위 모델들과 달리 알루미늄을 깎아 수작업으로 생산한다고 한다. 기존에는 1년에 800 ~ 900개 정도로 한정 생산한다고 했지만, 워낙 젠하이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리얼 넘버를 기준으로 3900번대 이후에는 아일랜드의 젠하이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중고 시장 보면 출시 때 구입했던 사람들이 독일에서 만든 IE900이라고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내구성에 차이가 있는지는 모름. 아무래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아일랜드보다는 좋으려나?)

 

 

마지막으로, 젠하이저가 발표한 IE900의 스펙 시트는 아래와 같다. 이 정도 급이 되면 스펙 시트가 크게 의미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첨부만 하도록 한다.

 

 

IE900 구성품 살펴보기

 

자, 이제 오늘의 주인공인 IE900의 구성품을 살펴보자. IE900의 유닛 사진이 큼지막하게 프린팅 된 평범한 박스로 패키징 되어 있다. 이것만 봐서는 고가의 이어폰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박스를 열면 아래와 같이 서랍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도 플래그쉽 제품이라고 신경을 꽤나 쓴 편이다. 가장 위에 있는 스펀지에는 IE900 유닛이 각각 분리되어 들어있다.

 

 

스펀지를 들어내면 아래와 같이 엔지니어가 최종 QC 점검이 완료되었음을 인증하는 인증서가 들어있다. 내가 구입한 모델은 2022년 8월 24일에 검수가 통과된 제품이다. 특이한 점은 컴퓨터로 프린팅 한 게 아닌 엔지니어가 볼펜으로 수기로 작성했다는 것인데, 가끔 오타가 있어서 QC 인증서의 시리얼 번호와 제품의 시리얼 번호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제대로 QC 검수를 한 게 맞는 것인지 의심이... 나중에 중고 거래 할 때 짝퉁이 아닌지 의심할 거 아냐 ;;) 다행히도 내가 구입한 모델은 QC 인증서와 제품 인증서의 시리얼 번호가 동일했다.

 

 

IE900 패키지 구성품 사진. 왼쪽 상단부터 케이블 고정 클립, 3.5 / 2.5 / 4.4 MMCX 케이블 (MMCX 규격이지만, 일반적인 MMCX와 달라 케이블 변경 시 젠더가 필요함), 사용 설명서, 실리콘 팁 3쌍 / 폼팁 3쌍, IE900 본체, 이어폰 케이스, 젠하이저 마크가 그려져 있는 극세사 천으로 구성되어 있다.

 

 

설명서는 이어폰에 들어 있는 것 치고는 부피가 크고 두껍다. 두꺼운 이유는 여러 나라의 언어로 작성된 페이지들이 한꺼번에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이즈 별로 총 6쌍이 들어 있는 순정팁. 실리콘 팁의 경우 있으나 마나한 저렴한 품질이지만, 이와 반대로 폼팁은 성능이 아주 좋기 때문에 폼팁이 불편하지 않다면 순정 폼팁을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순정 팁들은 모두 노즐 부분에 귀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스펀지로 된 차단막이 들어있다.

 

 

플래그쉽 이어폰답게 단자 별로 구성된 순정 케이블. 일반적으로 젠더를 넣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젠하이저는 쿨하게 케이블을 여러 개 넣어줬다. 단점이라면, 케이블의 수준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것. 선을 터치하면 소음이 들리는 터치 노이즈와 단자 접촉 불량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한, 이어 가이드에 철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끝부분이 펴지는 바람에 제대로 귀에 고정되지도 않는 애매한 케이블들이다.

 

 

유닛은 위에서 살펴본 대로 알루미늄을 절삭하여 제작되었다. 외부 충격으로부터 내부 부품을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고 유닛당 무게가 4g 밖에 되지 않아 이어소닉스 스타크처럼 무게가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은 IE900의 장점 중 하나이다. (근데, 왜 유닛 급사가 많은 거야? 외부 충격이랑 상관없이 내부 내구성이 안 좋은 듯 ;;)

 

 

왼쪽 유닛 안쪽에는 IE900이라는 글자가 각인되어 있다. 오른쪽 유닛에는 없어서 살짝 아쉽다. 아니, 짝퉁을 구별하기 좋은 특징일 수도? 보니까 쿠X에서 판매하는 짝퉁 IE900은 오른쪽에도 각인이 되어 있던데?

 

 

유닛 측면에 있는 에어 덕트. 이어폰 내부의 공기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도와주는 구성 요소이다.

 

 

IE900은 아래와 같이 팁을 2단계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노즐 부위에 걸쇠를 제공한다. 팁이 귀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도록 세팅할 수도 있고 일반적인 높이로 세팅할 수도 있다. 노즐이 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팁이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꽉 막는다면, 저음역대가 확 살아나기 때문에 단단하면서도 공간감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IE900의 유닛 사진. 번쩍거리는 고급스러운 알루미늄 유닛과 젠하이저의 로고가 비싼 이어폰임을 뽐내고 있다. 솔직히 이 정도면 누가 봐도 비싼 이어폰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아주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다. 역시... 독일의 기술은 세계 제일 ;;

 

 

IE900의 소리를 들어 보자

 

IE900에 대해 결론부터 말을 하자면 "고정 관념을 깬 완벽한 1DD 이어폰"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나는 1DD 이어폰에 대해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웨스톤 W60을 구매할 때도 원래는 베이어다이나믹의 1DD 이어폰인 셀렌토를 구매하려고 매장을 방문했지만, 자글자글거리는 지저분한 음의 질감과 자극적인 고음으로 인해 6개의 BA가 달린 웨스톤 W60을 구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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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이어폰이 100만원이라고? 웨스톤 W60 - 2019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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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F-Audio의 1DD 플래그쉽 이어폰인 다크스카이를 구매하려고 매장을 방문했지만 셀렌토 때와 동일한 지저분한 끝맛과 굉장히 자극적인 초고음 위주의 음색으로 인해 구매를 포기하고 이어소닉스의 스타크를 구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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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이어폰에서 스피커 소리가 나요!? 초고가 이어폰 이어소닉스 스타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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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도 여러 번 청음샵에 가서 1DD 플래그쉽 이어폰을 들어 봤지만, BA가 들어간 이어폰이 들려주는 맑고 선명한 소리와 완벽한 음의 분리는 대부분의 1DD 이어폰에서는 경험하기 힘들었다. 내가 원하는 소리는 셀렌토나 다크 스카이처럼 어느 특정 음역대가 부스팅 되어 성능을 뽐내는 듯한 음색이 아닌 차분하고 오래 듣기 좋은 레퍼런스 성향을 원했지만, 이상하게도 100만 원 이상의 1DD 이어폰들은 대부분 성능을 과시하는 듯한 과한 음색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IE900과 거의 비슷한 가격대를 가진 1DD 플래그쉽 이어폰 다크 스카이. 하지만 나에겐 너무 과했다.

 

그러다 보니 1DD 이어폰은 내가 원하는 소리가 아니라고 고정관념이 박히게 되었다. 유닛이 작은 이어폰의 1DD로는 선명도와 분리도를 모두 잡기 힘드니 해상도를 극대화하고 특색 있는 소리로 가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속아보자라고 생각하고 구매한 IE900이 완벽하게 고정관념을 박살 내주었다. 테스트로 사용된 곡을 기준으로 IE900의 사운드에 대해 살펴보자.

 

테스트 환경은 아래와 같다.

 

- 소스 기기 : 아스텔앤컨 SE180 + SEM4 (AK 4493 SEQ x 2, DSD 업 샘플링)

- 이어폰 환경 : IE900 + 4.4 밸런스드 기본 케이블, 스핀핏 SP100 V2, 1단계 팁위치

- 비교 대상 이어폰 : 웨스톤 2019 W60 (6BA, 은도금 4심), 이어소닉스 스타크 (4BA + 1DD, 동선 7심)

 

 

1) Don't You Worry 'Bout A Thing (Tori Kelly)

 

 

Sing이라는 애니메이션의 OST로 Tori Kelly가 보컬을 맡았다. 이 곡의 특징은 Tori Kelly의 시원한 고음과 색소폰과 같은 고음역대의 관악기가 계속해서 치고 들어오는 화려한 음색과 단단하게 때려주는 타악기의 타격감이 인상적인 곡이다. 이 곡을 기준으로 IE900의 특성을 분석해 보자.

 

IE900의 고음은 다른 1DD 이어폰에서 느꼈던 자극적이다 못해 귀가 아플 지경의 고음이 아닌 부드럽다와 자극적이다의 중간 지점을 지향한다. 쉽게 말해 시원한 고음을 내면서도 귀에 자극적이지 않다. 자극적인 고음이 아니니 오랜 시간 음악을 들어도 귀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IE900이 가진 장점 중 하나.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부분은 음의 끝부분이 자글 자글 했던 다크 스카이와 달리 BA 드라이버가 탑재된 이어폰을 듣는 것 같은 선명하고 깨끗한 고음이다. 오히려 W60보다 더 선명하고 깨끗하게 들린다. 드라이버의 구조가 문제가 아니었다. 지향점이 다른 것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기술력의 문제이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초고음 성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IE900보다 다크스카이가 더 적절한 이어폰이겠지만, 선명도 측면에서 봤을 때 IE900이 다크스카이의 상위 모델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IE900의 중음 ~ 중고음 영역대는 치찰음이 적고 보컬의 목소리를 모니터링하는 듯한 소리를 들려준다. 치찰음이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중고음 영역대를 조금 낮추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Tori Kelly의 목소리가 워낙 높은 음역대라 그런지 중고음의 딥한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오히려 시원시원하고 부드러워서 이상적인 보컬 세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음색이 좋다.

 

중음 ~ 중고음 영역대에서 IE900과 스타크의 성향 차이가 나타나는데, 스타크의 경우 IE900과 비슷하게 치찰음이 적은 편이지만 악기의 배치가 좁은 공간을 꽉 채우고 중앙을 향해 한번에 때려 넣는 소리를 들려준다면, IE900은 스타크보다 더 넓은 공간에서 악기가 있어야 할 적절한 위치에서 소리를 내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즉, 둘 다 중음역대가 플랫보다 낮은 비슷한 세팅이지만, 스타크는 조금 과한 느낌이 있다면 IE900은 교과서 같은 적절한 양으로 소리를 들려준다. (스타크의 정보량이 과하다는 의미가 바로 이 특성 때문이다. 스타크는 융단 폭격처럼 정신없이 악기와 보컬 소리를 집중적으로 때려준다. 이런 부분에서 보면 IE900의 정위감이 스타크보다 훨씬 좋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저음은 젠하이저 리시버들의 최고의 강점 중 하나인 만큼 IE900에서도 흠잡을 것 없는 완벽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극저음인데 극저음 표현이 부족한 이어폰들의 경우에는 이 곡처럼 백그라운드로 상시로 튀어나오는 단단한 타격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지만, IE900은 저 밑 부분에서 단단하게 "퉁! 퉁!" 때리는 느낌이 아주 선명하게 분리되어 들린다.

 

모든 드라이버가 BA로 구성된 W60은 극저음이 들리긴 하지만 매가리가 없어 보이는 힘이 좀 떨어지는 소리이고, 스타크는 IE900과 동일하게 극저음을 완벽하게 표현해 준다. 개인적으로 저음 부분에서는 스타크가 3개의 이어폰 중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내었는데, 스피커 사운드란 이런 것이다! 를 말하는 듯이 극저음과 동시에 부드러운 잔향감까지 느낄 수 있는 풍성한 저음을 들려주었다.

 

단, 이 부분은 취향이 좀 갈릴 수 있는 게 IE900처럼 단단하고 절도 있는 저음을 좋아하는 사람과, 풍부한 공간감과 잔향감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취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2) 그라데이션 (10cm)

 

다음 곡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10cm의 그라데이션으로 분석해 보자. 위에서 대부분 IE900의 특성에 대해 언급했으므로 이후부터는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그라데이션에서 느껴지는 IE900의 특징은 보컬의 "숨소리" 뚜렷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쓰읍~ 흡~" 하는 듯한 들숨소리가 유독 IE900에서 크게 들린다. 3개의 이어폰 모두 보컬의 들숨소리가 명확하게 들리긴 했지만 스타크의 경우에는 음상이 너무 가까워서 보컬의 목소리에 제대로 집중하기 어려웠던 반면에, W60과 IE900은 모든 소리의 위치가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정확하게 위치를 잡고 소리를 내주기 때문에 모니터링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스타크보다는 나머지 2개의 이어폰이 더 유리해 보인다.

 

흔히 말하는 정위감은 W60과 IE900이 스타크보다는 더 좋게 느껴졌다. 스타크는 "스피커에 귀를 처박고 듣는 듯한" 느낌이 강해서 복잡한 믹스가 나오는 경우에는 어지러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타크나 IE900 같이 초고해상도 이어폰들이라면 음상이 가깝게 맺히는 것은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특징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IE900은 가수나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감상자 입장에서도 좋은 이어폰이라고 느껴졌다. 정위감이 뛰어나고 음상 표현도 좋으며 해상도는 높지만 스타크처럼 귀 바로 앞에다 스피커를 큰 소리로 튼 느낌이 아니기 때문에 의외로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W60처럼 주파수조차 일직선으로 그어진 플랫 세팅이 아닌 고음과 저음은 살짝 부스트 되고 (V자 까지는 아님) 중음은 듣기 편하면서도 소리가 꽉 차게 들릴 정도로 내려가있기 때문에 음악이 재미있고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 IE900의 최고의 장점이다.

 

왜 사람들이 IE900을 팔고 며칠 뒤 다시 재구매하는지 알 것 같다. 솔직히, 이렇게 정직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초고해상도 이어폰이 얼마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의외로 찾기 굉장히 힘들 것이다. (그나마 생각나는 게 웨스톤 마하 80 정도?) 흔히, 종결기라고 불리는 이어폰들은 그 제조사의 최고의 기술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IE900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담백한 성향이 젠하이저가 자신감을 표현하는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 좋은 소리가 자극적이 어야 돼? 기술이 없으니까 그런 거 어필하는 거 아냐? 이런 느낌이 아닐까?)

 

3) UNFORGIVEN (르세라핌)

 

오늘의 마지막 곡은 르세라핌의 UNFORGIVEN으로 위의 두 곡과 달리 애플 뮤직 스트리밍을 이용하여 감상을 진행했다. 이 곡의 특징은 곡의 대부분에 깔려 있는 Clap 소리, 스네어, 드럼의 잔향감 있는 넓은 저음이 정신없이 계속 몰아친다는 것이다. 보컬이 강조됐다기보다는 빠른 비트의 몰아치는 소리가 이 곡의 특징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곡을 고른 이유는 빠른 비트와 복잡한 믹스로 몰아치는 K-Pop을 정직하고 담백한 소리가 특징인 IE900에서 들으면 어떨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IE900은 최근 유행하는 K-Pop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였다. 보컬 위주의 노래가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약점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빠른 반응성을 가진 단단한 저음 소리가 곡을 듣는 데 있어 재미를 북돋아줬다.

 

확실히 저음 표현력에서는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사용한 이어폰들이 강점을 보였는데, W60의 경우에는 반응성은 좋았지만 다소 힘이 빠지는 소리를 들려주어 아쉬움이 들었다. 반면, 스타크와 IE900은 각자 가진 저음 특성을 마음껏 뽐내며 음악을 듣는 사람의 기분을 한껏 들뜨게 만들어주었다.

 

섬세한 표현력보다는 빠른 비트를 얼마나 잘 소화해 내냐가 포인트인 곡이기 때문에, 첫 번째 곡이었던 Don't You Worry 'Bout A Thing과 달리 잔향감이 많은 스타크보다는 IE900의 단단하고 빠른 저음이 더욱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IE900의 아쉬운 점

 

IE900은 종결기급 이어폰들의 기준점이 되는 이어폰으로 1DD 구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고해상도와 완벽에 가까운 톤-밸런스, 어느 하나 특출 나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영역이 높은 최고의 밸런스를 가진 이어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IE900도 장점만 있지는 않다. IE900을 사용하면서 거슬렸던 단점에 대해 알아보자.

 

1) 고정이 되지 않는 이어 가이드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어 가이드가 웨스톤처럼 편안하게 귀를 감싸주지 못하고 끝부분이 아무리 구부려도 계속 떠버린다. 이어 가이드가 귀를 전혀 감싸주지 못하다 보니 계속 끝부분을 손으로 눌러서 구부려야만 한다. 나같이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안경다리 끝부분과 이어 가이드의 뜨는 부분이 서로 엉켜서 안경을 닦으려고 벗는 순간 이어폰이 걸려서 빠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아니 왜 웨스톤처럼 이어 가이드를 편하게 만들 수 없는지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안되면 이어 소닉스처럼 걸치는 흉내라도 내던가 이건 뭐... 자꾸 펴지니까 가뜩이나 작은 이어폰 케이스에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아서 지퍼를 닫기 전에 항상 꾹꾹 눌러줘야 한다.

 

2) MMCX인데 MMCX가 아니다?

 

젠하이저는 항상 그렇지만 독자적인 MMCX 단자를 사용한다. 따라서, 커스텀 케이블을 사용하려면 아래와 같이 IE900 전용 젠더 단자가 필요하다. 무턱대고 일반 MMCX 케이블을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커스텀 케이블을 사용한다면 반드시 아래와 같이 전용 젠더를 미리 준비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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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쩌다 젠하이저의 내구성이 이렇게 됐을까?

 

최근에 사용한 지 1년 이내의 IE600과 900에서 오른쪽 유닛이 갑자기 죽어버리는 급사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닥터 헤드폰에서 검색을 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급사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ewheadphone&no=443557

 

젠하이저 내구성이 그리 최악임? - 헤드폰 마이너 갤러리

ie시리즈 드라이버 돌연사 사례가 많던데 내구성 이슈 심함? 만약 2년 지나면 수리 정책이 어떻게 되지? 슈어 같은 경우 반납 조건 30퍼 할인으로 기억하는데 할인 받고 새거 사거나 민트 중고보

gall.dcinside.com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젠하이저의 AS 기간이 2년으로 긴 편이라서 대부분 무상으로 서비스를 받고 있기는 한데, 나중에 AS 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급사 현상이 나온다면 아무리 이어폰이 좋아도 누가 믿고 젠하이저 제품을 살까?라는 우려스러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유닛 급사 문제 외에도 왼쪽 MMCX 단자가 상습적으로 접촉 불량이 일어나는 접불 이슈도 있으니 중고로 구매 시 반드시 확인해야만 한다.

 

4) 다른 브랜드 대비 유독 많은 짝퉁

 

젠하이저가 워낙 대중에 많이 알려져 있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핑핑이 국가에서 많은 짝퉁 젠하이저 이어폰이 시장에 풀리고 있다. 아래와 같이 국내 대형 유통 사이트에서도 IE900을 검색하면 한눈에 봐도 짝퉁인 이어폰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데...

 

 

당연히 저런 의심스러운 (?) 제품을 저 돈 주고 구매하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저게 또 박스만 갈아서 중고로 판매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미 닥터 헤드폰 카페에서 당근 마켓으로 짝퉁 IE900을 중고로 팔고 있었다는 글이 올라올 정도로 양심 없는 판매자들이 사기를 치려고 노리고 있기 때문에 중고로 IE900을 거래할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만약, 중고 거래가 불안하다면 할인을 많이 하는 "젠할인저"의 타이밍에 맞게 신품을 구매하도록 하자. 최근에 신품으로 130만 원으로 구매가 가능할 정도로 할인을 많이 하고 있는데, 중고 가격이 90만 원 ~ 100만 원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신품이 오히려 더 매리트가 크다.

 

요약

 

젠하이저 IE900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장점 단점
알루미늄을 절삭하여 만든 고급스러운 유닛 오른쪽 유닛이 갑자기 사망하는 급사 이슈
유닛당 4g으로 매우 가벼워 착용 시 부담스럽지 않음 MMCX 단자의 단점인 단자 접촉 불량이 자주 발생함
팁을 2단계로 높이를 조절하여 취향에 맞게 장착이 가능함 업계에서 이미 안좋은 쪽으로 소문이 자자한 젠하이저 AS
기본 구성품에서 단자 별로 3.5, 2.5, 4.4 3개의 케이블 제공 중고 거래시 짝퉁 주의! 젠하이저는 짝퉁 제품이 많으므로 각별히 주의!
흠잡을 곳이 없는 완벽한 사운드 / 최고의 레퍼런스 종결기 이어폰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음악 감상을 취미로하는 경우에도 완벽한 궁합  
멀티 BA 종결기 이어폰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초고해상도, 분리도  
   
총점 : 9 / 10 (다 좋은데 나도 내구성 때문에 두렵긴 하다...)

 


 

지금까지 젠하이저의 플래그쉽 이어폰 IE900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새롭게 구매한 상급 소스기기인 아스텔앤컨 SE180 + SEM4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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